박병일, 'breath'
모든 것의 바탕이 되는 색은 없는 색, 흰 색이다. 그럼에도, 지금이라도 당장 눈을 돌리면 흰 색보다 현란한 원색들이 가득하다. 이렇게 색이 지배하는 세상을 흰 색으로 표현한 작가들이 있다.

이 작가들, 박병일, 차소림, 하태범이 'WHITE-escape' 전에서 모였다. 작가들은 이 현란한 색채의 공간을 서울로 한정하고 그 위를 흰 색으로 덮었다. 동양화, 서양화, 사진, 조형 등의 작업과 화이트의 만남 또한 볼거리.

작가 박병일은 수묵화로 서울의 풍경을 그렸다. 수묵화의 여유로움과 도시의 빽빽함이 만나 도시의 숨통을 트여준다. 작품의 제목 'breath'는 도시의 '숨'을 암시한다.

실제 건물들을 모티프로 하여, 해석적으로 나타낸 도시화다. 작가 하태범은 언론 매체에서 다루었던 자연 재해, 사건 사고의 현장 사진을 모형으로 제작하여 연출 사진을 촬영했다. 실제 사건을 평면화했던 '사진'을 다시 입체로 작업하고, 이를 평면 연출한 작가의 작업 방식이 흥미롭다.

이 위를 다시 흰 색으로 덧칠하여 '백색광경'을 만들고, 이는 '자연재해, 사건 사고'에 대한 방관자적 시선을 암시한다. 작가 차소림의 작업에는 흰색 이외에 녹색, 붉은색 등이 끼어들었다.

그러나 작품을 구성하는 인물들의 '고립된 행위'는 다시 흰 색으로 묶여, 앞서 소개한 작가들의 행보와 틀을 같이 한다. 작품의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단어 형태의 오브제는 작품의 주제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전시는 6월 2일부터 6월 29일까지 갤러리 SP에서 열린다. 02)546-3560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