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소리'
작가 류준화의 화폭에는 따뜻한 색채와 꽃, 소녀, 새, 물의 이미지가 주를 이룬다. 소녀의 몸에서 자라는 나무나 소녀의 몸 위에 피어난 꽃, 소녀가 안고 있는 새는 소녀의 생명을 얻어 자란다. 소녀는 여성성의 상징이자 생명의 모태이고, 인간과 자연의 근원이다.

새를 안고 가만히 이쪽을 바라보는 소녀의 얼굴은 평화롭고, 동산 위에서 나무에게 몸을 내어준 채 잠든 소녀의 얼굴은 자못 성스럽기까지 하다.

생명의 잉태와 자라남은 가장 현실적인 모습이지만, 작가 류준화의 캔버스 안 소녀들은 '판타지'의 면모를 지닌다. 평론가 김준기는 "소녀의 이미지는 몽환의 세계를 떠도는 아바타이자 현실의 억압을 비켜서기 위한 환상이다"라는 말로 이를 설명했다.

소녀들을 구성하는 파스텔톤의 색채와 비현실적인 오브제들은 소녀들을 현실 밖의 세계에 데려다 놓고, 관람객들은 이를 통해 회화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는 보다 은유적인 '생명에 대한 메시지'를 완성한다.

<봄> 전은 작가의 열 번째 개인전. 꽤 많은 단체전과 개인전을 치렀다. 과거의 작업에서 한 걸음 벗어난 것은 작가의 회화적 역량이 큰 역할을 한다. '봄 소녀'들의 환상 세계, 지나간 봄이 아쉽다면 꼭 한 번 들러보자.

6월 3일부터 6월 25일까지. 갤러리 비원. 02)732-1273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