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수 개인전 'Swimming in Media Space'움직임에 반응하는 빛, 이미지, 소리 만들어 관객과 교감

'Invisible Walls'
타는 듯한 여름 햇볕을 피해 전시장으로 들어선다. 순간 풍덩, 깊은 바다 속에 빠진 것처럼 느껴진다. 푸른 물결이 벽과 바닥 곳곳에 일렁인다. 바깥 소음으로부터 귀를 막아주는 낮은 '웅웅' 소리가 깔려 있다.

한 구석에 웅성거리고 있는 물방울들을 밟는다. 움찔, 물방울들이 발을 따라 둥글게 모이더니 걸음을 따라 움직인다. 주인을 따라 오는 강아지처럼. 그러나 발을 떼는 순간, 펑, 터져 버린다.

두산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미디어아티스트 강은수의 개인전 'Swimming in Media Space'의 풍경이다. 제목 그대로 '수영'하는 것처럼 체험할 수 있는 전시다. 강은수 작가는 미디어 기술을 이용해 움직임에 반응하는 빛과 이미지, 소리를 만들어냈다. 전시장은 끊임없이 꿈틀거리며 관객과 교감한다.

한쪽 벽에는 한 폭의 추상화처럼 물 얼룩이 번져 있다. 관객이 가까이 가자 동요가 일어난다. 사람 형태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벽 전체가 흔들린다. 벽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촉수가 뻗어 나와 관객과 춤을 추는 것 같다. 너울거리는 공기 속에서 어디까지가 몸이고 어디까지가 벽인지, 어디까지가 관객이고 어디까지가 작품인지 모호해진다.

예술을 접하는 최고의 경지인 물아일체를 기술적으로 풀어낸 셈이다. 몸을 빛과 이미지, 소리에 녹이고, 그 상호작용에 맞춰 숨을 쉬다 보면 마음까지 물에 씻긴 듯, 정화된다. 번잡한 생활로부터 잠시 눈 감고 싶을 때 들러도 좋을 전시다.

'Bubble Head'
'Swimming in Media Space' 전은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내에 있는 두산갤러리에서 7월2일까지 이어진다. 02-708-5015


'Shinm2'
'Walking'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