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모비딕' '식구를 찾아서' 키네마 보이즈' 선택과 집중의 산물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
본 공연 외에도 다채로운 볼거리가 많았던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이하 딤프)이 행사의 상징이었던 거리축제 '딤프린지'와 전야제, 워크숍 등을 취소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2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대폭 삭감된 예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6월 24일 개막하는 제5회 딤프는 규모를 줄인 대신 작품들의 수준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창작지원작 세 작품은 바로 딤프의 '선택과 집중'의 산물들이다.

3/46의 경쟁을 뚫은 작품들, 공모에서 선정까지

단순한 공연만이 아니라 향후 뮤지컬 산업의 저변 확대를 위해 창작뮤지컬 지원에 힘쓰고 있는 딤프는 해마다 공모를 통해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올해도 지원작 선정을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46편의 작품을 접수한 딤프 측은 독창성과 예술성, 해외진출가능성과 공연산업으로서의 성공 가능성 등을 두루 고려해 총 네 편의 작품을 선정했다.

선정 기준은 무대에 올려지지 않은 순수 창작뮤지컬로, 이번 페스티벌 기간 중 초연 가능한 작품에 한정됐다. 트라이아웃이나 워크숍 형태로 무대에 섰던 작품도 공모 가능했지만, 트라이아웃 공연에서 관람료를 받았던 몇몇 작품들은 심사를 통해 아쉽게 탈락됐다.

뮤지컬 '키네마 보이즈'
심사에 참여했던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매년 높아지는 창작지원작들의 수준을 강조하고 특히 대구 뮤지컬의 수준을 높이 평가했다. 그럼에도 그는 "딤프 이후에도 작품이 하나의 콘텐츠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예산 확보를 통한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 3월 처음 선정된 작품들은 허먼 벨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고래잡이 선원이 되고 싶은 이스마엘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모비딕>과 판소리 <수궁가>를 뮤지컬로 재해석한 뮤지컬 <수궁 판타지>, 아픔을 지닌 두 할머니가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식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식구를 찾아서>, 그리고 일제강점기의 영화제작소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대구 작품 <키네마 보이즈>.

이중 <수궁 판타지>는 제작 규모가 커짐에 따라 지원금만으로는 제작이 어려워 이번 지원에서 빠지게 됐다. 나머지 세 작품들은 각각 4000만~5000만 원의 제작비와 대관료 및 홍보지원을 받아 이번 딤프에서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이게 됐다.

형식과 내용에서 보이는 다양한 발전가능성

이번 딤프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뮤지컬 <모비딕>이다. 이 작품은 배우가 노래와 연기는 물론 직접 악기를 연주하는 국내 최초의 액터-뮤지션(Actor-Musician) 뮤지컬이다. 이 형식은 배우와 악기가 한몸이 되어 각각의 캐릭터들을 표현하고 무대장치와 음향효과까지 맡는 실험적인 상상력을 극대화한 무대를 지향한다.

뮤지션 뮤지컬 '모비딕'
작품의 대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조용신 연출가는 이런 형식에서 음악과 텍스트, 캐릭터가 온전히 하나로 섞일 수 있는 뮤지컬의 완성을 위해 그동안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2010, 11월), 두산 아트랩(2011, 2월)에서 두 번의 워크숍 공연까지 거쳤다.

그 결과 <모비딕>은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더블베이스, 트럼펫, 클라리넷, 드럼, 퍼커션 등의 다양한 악기들이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는 한편 드라마의 재미까지 더하는 진보적인 뮤지컬이 됐다.

조용신 연출가는 "원작을 무대언어로 옮길 때 뭔가 다른 형식, 이를테면 대사나 가사, 노래, 연주가 혼합되어 연극과 콘서트의 요소가 혼합된 형식의 특별한 뮤지컬을 떠올렸다"고 연출 방향을 설명한다.

<식구를 찾아서>의 오미영 연출가는 '식구'를 한자로 '食口'라고 쓰는 데서 작품의 테마를 정했다. "'밥을 함께 나눠먹는 입'이 바로 식구다. 혈연과 혼인으로 맺어진 관계를 일컫는 '가족'에 비해 '식구'는 보다 넓은 품이 느껴지는 말이다. 작품 속 인물들처럼 비록 혈연이나 혼인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닐지라도 한솥밥을 나눠먹으며 정을 나누게 되면 남도 식구가 되고, 동물들도 식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진행했다."

<키네마 보이즈>는 '대구의 역사가 가진 많은 문화적 자산들이 왜 이렇게 공연화되지 못하는 걸까?'라는 의문점에서 시작됐다. 그래서 전광우 프로듀서와 김미정 연출가는 이 작품을 통해 '대구'라는 공간이 가진 역사적인 자산을 되살리고자 하는 목표를 세웠다.

김미정 연출가는 "조선 이후 경상도의 중심 도시로서 기능하고 있던 대구가 20세기 초에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그 안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구체적인 모습을 '무성영화'와 '변사'라는 소재를 통해 세밀히 구현하여 대구가 문화적으로 얼마나 다양한 자산을 가지고 있었는가를 표현했다"고 설명한다.

이중 <식구를 찾아서>와 <키네마 보이즈>는 사투리가 사용되고 지역 콘텐츠가 활용되는 등 수도권에만 집중된 소재 활용과 제작 환경에서 벗어나 지역을 배경으로 창작되는 시도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에 공연되는 세 작품들 중 딤프 창작뮤지컬상을 수상한 작품은 내년 축제에 공식초청작으로 참가하게 되며, 오는 9월 열릴 뉴욕뮤지컬페스티벌(NYMF)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이미 2008년 수상작인 <마이 스케어리 걸>이 2009 뉴욕뮤지컬페스티벌에서 최우수 신작 뮤지컬상, 최우수 연기자상 등의 2개 부문을 수상했고, 2009년 수상작인 <스페셜 레터>는 대학로에 이어 지방 투어까지 성공리에 마쳤다.

딤프가 배출한 창작뮤지컬들이 국내외 뮤지컬 시장에서 가능성을 발휘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 경합을 펼칠 세 작품들도 관계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