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미, 핑크 프로젝트-에밀리와 에밀리의 핑크색 물건들
'에밀리와 에밀리의 핑크색 물건들'을 보자. 무엇이 에밀리이고 무엇이 에밀리의 핑크색 물건들인지 분간할 수 없게 섞여있는 에밀리와 핑크. 에밀리는 핑크색의 여성성에 푹 파묻혀 귀여운 왕관을 쓰고 있다.

아이의 취향을 전적으로 반영하는 이 '핑크' 도배는 아이가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체득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작가 윤정미는 '컬러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아이 시절을 되돌아볼 수 있는 작업을 시도했다.

이제, 면도하는 어린 아이와 밤 숲길을 헤매는 아이들을 보자. 아이의 어른 흉내는 오히려 아이와 어른의 차이를 극대화시켜 보여주고, 이는 대부분 '아이의 귀여움'을 강조하는 데서 끝을 맺었다.

그런데 작가 양재광 작품 속 아이들은 어른만큼 진중한 표정으로 일탈을 경험, 혹은 주도한다.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무심한 표정으로 면도를 시작하는 아이는, 글쎄 정말로 수염이 난 건 아닐까 싶다.

작가 원성원의 '일곱 살' 시리즈는 서정적이다. 조막조막 붙어있는 달동네 집들은 정말 아이의 눈으로 본 듯하고, 군데군데 피어있는 분홍 진달래는 '일곱 살'을 바로 떠올리게 만든다.

작가는 자신이 과거에 경험했거나 들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자신의 어린 시절을 재창조하고, 관람객과 이를 공유한다.

세 작가의 'Innocence of Childhood' 전은 6월 15일부터 6월 29일까지 갤러리 아트사간에서 소개된다. 02)720-4414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