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식, 'airShow'
하늘의 환상은 이미 깨졌다. 아기 천사들이 나팔을 부는 줄 알았던 구름 위로는 비행기가 다니고, 제우스의 신전이 있을 법한 높이는 우주선이 뚫고 지나갔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하늘을 동경한다. 어딘지 우리가 파악하지 못한 하늘의 저편에는 신전이나 영혼, 천사들이 엉켜 평화롭게 살고 있으리라. 환상을 이미지로 풀어낸 작가 다섯이 전을 열었다.

하늘을 표현한 작업들은 현대 미술이 필연적으로 가져야만 했던 의도나 의미를 벗어난다. 이들의 하늘은 그저 환상이고 꿈이고 비현실이자 관람객들의 안식처다. 허구의 이미지와 실제 여성의 이미지가 혼합된 작가 김창겸의 작업은 과거와 현재의 기억을 옮겨 다니며 상상 이미지를 나타낸다.

'죽은 자연'의 의미를 가진 '정물'과 살아있는 여성이 움직이는 비디오 프레임 안에서 중첩된다. 작가 노동식의 보송보송한 솜은 구름이 되고, 비행기 뒤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는 몽글몽글하다. 날리는 민들레의 홀씨는 작은 비행기를 연상시킨다. 다정하고 따뜻한 하늘 풍경이다.

작가 신정필은 파라핀과 나무 골조, 광섬유를 이용해 '이카루스' 전설을 표현한다. 하늘하늘 움직이는 광섬유 다발과 위태로운 파라핀은 최초로 하늘을 꿈꿨던 이카루스의 열정을 보여준다.

작가 노상준의 조각 작품들은 환상을 닮았다. 숲길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말들과 작은 사파리 풍경은 장난감 같다. 그러나 이 환상 세계에서 쳇바퀴와 판옵티콘을 발견한 순간, 관람객의 환상은 무너진다. 작가 공시네는 꿈을 상징하는 별, 낙타, 사다리 등의 오브제를 통해 초월적 공간을 그렸다.

전시는 7월 2일부터 8월 13일까지 모란미술관에서 감상할 수 있다. 031)594-8001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