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의 '피아노를 위한 바카롤'서 모차르트의 '레퀴엠'까지정명화ㆍ정경화 자매 공동 예술감독… 또 한 번의 도약 준비

제7회 대관령 국제 음악제
해발 700m의 쾌적한 자연환경 속에서 듣는 클래식 선율은 한층 매혹적이다. 매년 여름이면 강원도 평창을 클래식 음악의 향연으로 물들이는 대관령국제음악제가 올해로 8번째 축제를 마련한다. 정명화(첼리스트), 정경화(바이올리니스트) 자매가 공동 예술감독 체제로 나선 첫해이기도 하다.

대관령국제음악제가 생긴 이래 6년간 함께 해온 정명화 예술감독은 "최고수준의 실내악 축제로 가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지난 7년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며 올해를 새롭게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Illumination(빛이 되어)'을 테마로 하는 이번 축제에는 모차르트, 멘델스존, 쇼팽, 슈베르트 등 세기의 작곡가들의 생애 최후 작품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쇼팽의 '피아노를 위한 바카롤'부터 모차르트의 '레퀴엠'까지, 생을 관조하는 작품들이다.

'저명연주가 시리즈'에서 테마를 관통하는 작품들, 바르톡의 콘트라스츠와 디베르티멘토, 브람스의 클라리넷 트리오, 하이든의 마지막 작품인 현악사중주 F장조, 멘델스존의 현악오중주 제2번, 슈베르트의 현악오중주 C장조 등이 연주된다.

음악제의 규모는 예년보다 커졌다. 음악제의 하이라이트인 '저명연주가 시리즈'는 8회에서 9회로 늘어났다. 최전방인 철원부터 산간오지인 태백까지, 도민들과 가까이 호흡하기 위한 '찾아가는 음악회'는 2회 더 늘어나 8차례 열린다. 성시연 서울시향 부지휘자가 이끄는 '대관령국제음악제 오케스트라(GMMFS)'도 창단되어 축제기간 일시적으로 운영된다.

대관령 국제 음악제가 열리는 알펜시아 콘서트홀
이번 페스티벌에는 오케스트라에 참여하는 연주자를 제외하고 마흔여덟 명의 연주자와 교수진이 축제를 찾는다. 이들 중 스물일곱 명의 음악가는 대관령음악제에 처음 참가한다.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 출신의 첼리스트 카리네 게오르기안, 스페인의 첼리스트 루이스 클라렛, 커티스 음대총장이자 비올리스트인 로베르토 디아즈, 비올리스트 쟝 슐렘과 토비 애플, 그리고 서울시향의 비올라 수석인 헝웨이 황, 피아니스트 세실 리카드, 케빈 케너, 클라리넷 연주자인 리처드 스톨츠만과 얼마 전 '캄머쟁어'(Kammersaengerㆍ궁정가수)의 영예를 안은 베이스 전승현 등이 축제에 활기를 더할 예정이다.

또 축제의 예술감독인 자매는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함께 브람스 피아노 트리오를 연주하는 등 자매의 무대를 기다리는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할 예정이다. 손가락 부상으로 5년간 무대를 떠났던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실내악 연주는 이번이 6년 만이다.

세계적인 연주자 외에도 신동에서 젊은 거장으로 발돋움하는 한국의 라이징 스타들도 한자리에 모인다. 2004 칼 닐센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19세의 나이로 한국인 최초 우승한 권혁주(바이올린)를 비롯해 김태형(피아노), 고봉인(첼로), 성민제(더블베이스), 손열음(피아노), 신현수(바이올린), 클라라-주미 강(바이올린) 등 최근 몇 년간 클래식 무대에서 활약해온 이들이 참여해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위상을 드러낸다.

고전, 낭만시대의 작품과 현대음악 레퍼토리의 균형을 맞춰온 예년과 마찬가지로 여러 현대음악 작곡가들의 작품도 소개된다. 특히, 작곡가 윤이상과 함께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에서 현대음악 작곡가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던 박영희 작곡가의 음악세계를 재조명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그가 직접 대관령국제음악제에 방문한 가운데 열리는 공연에서, 그의 작품 '타령'이 아시아 초연된다.

정명화, 정경화
음악제의 또 하나의 큰 축인 '음악학교'에는 12개국에서 164명의 학생이 참가한다.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피아노 등 네 개 부문으로 구성된 음악학교에서 세계의 쟁쟁한 연주자들이 교수진으로 참여해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한다.

연 4만여 명이 다녀갈 정도로 비약적으로 발전해온 대관령국제음악제는 오는 7월 24일부터 8월 13일까지, 스무하루 동안 이어진다. 저명연주가 시리즈는 600여 석의 클래식 전용홀로 지난해 개관한 알펜시아 리조트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대관령국제음악제의 현장이 아니더라도 이곳에서 펼쳐지는 명 연주를 만날 수 있다. 올해부터 서울 한강반포지구의 새빛둥둥섬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서울 속 대관령음악제의 연주와 생생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