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심성락 헌정공연후배 가수들 노개런티 출연 음악 인생 기리며 감동의 무대

반세기 동안 대중음악계를 관통해온 아코디언 거장은 끝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녹음실과 무대 뒤에서 묵묵히 연주만 해오던 그의 음악 인생을 기리며 후배들이 마련한 헌정무대. 그는 마지막 연주를 마치고는 조용히 젖은 눈가를 닦아냈다. '고맙다'고 말하는 떨리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난 6월 26일,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열린 <심성락 헌정공연-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 모인 2400여 명의 청중들 역시 노 연주자의 연주와 눈물에 뜨겁게 감동했다.

이번 공연을 주최한 한국음악발전소(소장 최백호)가 헌정공연의 첫 주자로 선정한 아코디언 연주자 심성락. 그를 위해 가수 주현미, 최백호, JK김동욱, 적우, 소리꾼 장사익 등 유명 가수들이 노 개런티로 한날한시에 모였다.

30kg에 달하는 아코디언을 음악에 미쳐 무거운 줄도 모르고 연주해온 그다. 국내 가수 열 명 중 아홉 명과 작업을 했으니, 지금껏 그의 손길이 스민 앨범만 수천 장이다. 그러나 고희가 넘어서야 발표한 심성락이란 이름 석 자를 단 앨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놀라움과 찬사도 잠시, 듣는 이를 그저 숙연하게 했던 명작으로 남게 됐다.

심성락 선생은 이날 탱고 무용수들과 아코디언 호흡을 맞추는 것을 시작으로, 공연 중간중간 여러 곡을 홀로 혹은 함께 연주했다. 까마득한 후배인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와 피아졸라의 '오블리비온'을 협연하고, 영화 <봄날은 간다> 테마곡을 한층 발랄하게 편곡해 연주했다. 가곡 '비목'과 '꿈에 그린 고향'은 6.25 다음날 열린 공연을 찾은 실향민들을 위한 선곡이었다.

얼마 전 계단에서 구르는 사고로 다친 다리가 아직 아물지 않은 듯, 심성락 선생은 부축을 받으며 무대를 오르내렸다. 하지만 가수 최백호의 말대로 그는 '젊어졌다.' 아마도 자신을 위해 모인 이들로 인한 행복감이 그를 젊게 만들어주고 있는 듯했다.

헌정공연인 만큼 심성락 선생의 무대로만 꾸며지지 않았다. 적우를 시작으로 소리꾼 장사익까지 차례로 무대에 올라 4곡씩을 열창해 여러 편의 작은 콘서트를 본듯한 충만함이 느껴졌다.

오프닝과 클로징은 각각 인디밴드 달콤한 소금과 Why Not이 맡아 올림픽홀을 순식간에 홍대 클럽으로 변모시키기도 했다. 20대부터 70대의 뮤지션이 만든 무대는 세대 차를 느낄 수 없을 만큼 근사하게 어우러졌다.

프로페셔널 뮤지션들의 열정적인 무대뿐 아니라 조명과 연출마저도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