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숙 초대전] 특유의 색채와 비정형 구성의 풍경화 20여 점 선보여

'봄이 오는 다대', 2011
독특한 면을 가진 집들과 뚜렷한 색채의 화면은 마치 강렬한 햇살을 머금은 아기한 집들이 그림처럼 펼쳐진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의 한 마을을 떠올린다. 화가 고흐가 사랑하고 세잔느가 일생을 보낸 곳.

작가 엄윤숙의 작품은 그렇게 색채와 비정형의 구성으로 먼저 다가온다. 25년 넘게 꽃과 정물화를 그려온 작가가 이번엔 풍경화를 들고 왔다.

작가가 삶을 엮어가고 있는 '거제'의 풍광을 담은 그림들은 그만의 '색깔'이 여전한데 그간의 정물화와는 또 다른 세상을 보는 관조와 깊이를 전한다.

정겨운 마을 풍경과 짙푸른 섬, 붉은 지붕과 동백꽃은 남해의 거제라는 것을 알리면서 그 이상으로 우리에게 말을 걸고 시선을 붙잡는다.

우선 색채는 면과 면으로 구분돼 극적인 대비를 이루면서 긴장감을 주고 각각의 주체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붉은 지붕과 검푸른 바다, 파랗고 청회색의 하늘 등.

'다대마을', 2011
그의 정물화 '해바라기'가 구도상 고흐의 그것을 연상시키면도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은 여러가지 색을 켜켜이 중첩시켜 다채로운 색감과 중후한 밀도를 보여주기 때문인데 이번 풍경화에는 그러한 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붉은 양탄자를 깐 듯한 낙화한 동백꽃이 인상적인 거제 지심도 풍경화와 '꽃대궐', '해금강의 봄' 등등. 여기에 속도감이 엿보이는 세련된 붓질은 오랜 공력의 결실로 격조 있는 화면을 연출한다.

그의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이자 매력은 구도가 단순하면서도 의도된 변형이다. 풍경화 속 다대 마을의 집들과 나무를 보면 그대로의 모습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

작가는 구체적인 형태를 유지하는 가운데 한두 군데 변형을 가해 정형과 비정형의 경계를 오가는 조형의 묘미를 일깨운다. 평면적인 이미지와 입체적인 이미지가 혼융된 이질적인 형태가 전하는 시각적인 아름다움은 각별하다.

이렇듯 작가는 그만의 특유한 색채와 비상한 구성이 품어내는 '감성'을 통해 세상과 소통을 한다. 그럼 심상이 담긴 20여 점의 작품을 서울 인사동 장은선갤러리에서 7월 13일부터 19일까지 만날 수 있다. 02)730-3533

'해금강의 봄', 2011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