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깨진 조각들이 모여 사과 모양을 만들고, 화분의 꽃이 되는가 하면 다시 제 몸이었을지 모를 도자기로 돌아간다.

날카로운 부분에 족했던 조각은 모여서 형태를 이루고 역할을 다시 찾는다. 작가 정진흔의 들은 과거의 기억을 담고 다시 만나 새로운 기억을 이룬다. 가히,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하겠다.

'일상에 대한 담백하고 진지한 접근'으로 평가받는 작가는 원형의 오브제를 깎아서 조형을 이루지 않고, 이미 깎이고 다듬어진 조각들을 활용해 형태를 구성한다.

작은 조각으로 이루어진 조형물은 나타내고자 했던 형태를 분명히 취하고 있으면서 섬세하다. 조각으로 조형 작품을 만든 이유에 대해 작가는 "재료에 대한 특정 매체의 편견에서 자유로운 태도"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조형 작업으로 자연물을 만들어내는 작가는 일상에서 또 다른 자연물을 만든다. 그는 실제로 사과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농부. 그의 삶과 그의 작업이 어우러져 다시 한 번 그의 예술 철학과 가까워진다. 삶에 가까운, 경험했던 사실들을 녹여낸 작품들은 그래서 편안하고 건강한 인상을 심어준다.

여태의 전시에서 삶과 나눔, 도움을 알리고자 했던 작가의 기억 조각 전시는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 18점을 선보일 예정. 조각이 모여 표현한 유기성, 작품들이 또 다른 조각이 되어 유기적인 '전시 작품'을 보여준다.

전시는 7월 19일까지 화봉갤러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02)737-0057,1159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