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경, 'Dreamlike(위), 정혜련, 'memory of fantasy 4'(아래)
탁구공을 겹겹이 쌓아 꿈같은 구름 형상을 만든 작가 오유경과 자작나무 합판과 가죽으로 유년 시절의 기억을 환상적으로 구축한 작가 정혜련. 이들은 '재현'의 카테고리 안에 묶인다.

오유경은 우리가 오브제에 기대하는 용도에 벗어난 상황 속에 오브제를 밀어 넣으면서 관람객에게 재탄생을 경험하게 한다. 정혜련은 옛 기억을 은유적으로 증폭시켜 하나의 환상 세계를 재구성한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일상 밖의 세계를 그리고 있는 것.

오유경은 종이나 하얀색 사물을 중심으로, 그의 형태적 특성을 누르거나 자르지 않고, 이를 겹쳐 쌓아 올리거나 흩뿌리는 방식으로 전혀 다른 장면을 꾸린다.

예컨대 고깔 모양의 종이컵을 쌓아 만든 'Created Mountain'은 종이컵의 형태를 그대로 갖춘 산이 되었고, 종이를 반듯하게 겹쳐 만든 'Paper City'는 도시 풍경을 드러낸다.

전혀 유추할 수 없는 풍경을 만들면서 그 오브제는 구분이 가능하도록 한 작업 방식에 대해 평론가 박천남은 "자신의 오브제 작업을 특정 대상으로서의 오브제로 소급하려는 관객의 태도나 감정을 경계하며 그것을 다른 차원으로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평했다.

정혜련은 자작나무와 가죽으로 기억에서 뻗어 나온 환상 세계를 구축한다. 유년 시절의 대표적 키워드를 '놀이 공원'으로 상정하고, 놀이 공원에서 볼 수 있는 여러 형태를 추상적으로 재구성했다.

원형을 이루는 자작나무를 여러 개 배치하거나 나무로 관람차를 만들고 그 아래 나이테가 연속적으로 겹쳐지는 오브제를 놓는 식. 작가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기억이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지를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전시는 7월 17일까지 OCI 미술관에서 감상할 수 있다. 02)734-044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