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조로> 제작발표회
영웅들이 한꺼번에 한국 땅을 밟는다. 영국 무대에서 첫 신호탄을 올리고 공교롭게도 동시에 국내에 들어온 뮤지컬 <조로>와 <셜록홈즈>다.

조로는 1919년 작가 존스톤 맥컬리의 연재소설 '카피스트라노의 저주'(총 65편)에서 첫 등장한 이래 영화와 드라마, 만화 등 버전 업을 했다가 2008년 7월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뮤지컬로 재 탄생하면서 92년 동안 대중과 함께 했다.

셜록홈즈 역시 1887년 아서 코난도일에 의해 소설로 첫 등장해 조로와 같이 다양한 버전으로 재해석됐다. 무려 125년 동안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으며 국내에서 순수창작물로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이다. 영국에서 초연된 뮤지컬 <조로>와 영국 출신 <셜록홈즈>가 한국에서 정면 대결을 펼치는 것이다.

우선 두 작품은 많이 닮아 있다. 영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작품이라는 것과 동시에 국내에선 초연되는 작품이라는 것, 해외에 기원을 둔 작품을 한국의 제작진이 재해석했다는 것, 공연장과의 의미 있는 연계를 펼친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각고의 노력 끝에 한국의 색깔을 입혔다는 성과에는 두말할 것이 없다. <조로>는 끈질기게 원작자를 설득한 끝에, <셜록홈즈>는 3년간의 제작기간을 통해 한국적 창작정신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뮤지컬 <셜록 홈즈> 제작발표회
<조로>, 한국형 '조로'를 만들다

"한국인의 감수성이 100% 반영된 <조로>가 탄생할 것이다."

과연 한국적 색을 입힌 뮤지컬 <조로>는 어떤 작품일까. <조로>는 19세기 스페인의 지배 아래 있던 캘리포니아를 배경으로 '조로'와 그의 숙적인 '라몬'의 대결 구도가 중심이다.

영국에서 초연했던 <조로> 역시 이런 스토리를 중심으로 화려한 무대와 흥겨운 선율, 매혹적인 리듬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조로>는 2008년 7월 15일 런던 웨스트엔드 게릭시어터(Garrick Theatre)에서 개막해 일주일에 25,5000파운드(한화 5억 1천만원)의 판매고를 올리며 게릭시어터 박스오피스 최고기록을 경신한 웨스트엔드 대작 뮤지컬이다.

동시에 2009년 영국의 '토니상'으로 불리는 최고 권위의 '로렌스 올리비에상'에서 최우수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조연상 등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등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지금까지 파리, 브라질, 일본, 모스크바에서 공연됐으며, 2011년까지 서울을 포함해 암스테르담(네덜란드),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 상해(중국), 소피아(불가리아)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2012년에는 밀란(이탈리아), 안트베르펜(벨기에), 베를린(독일), 필라델피아, 뉴욕(미국)에서의 공연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해외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 작품으로서는 드물게 한국적인 입김을 불어넣은 작품으로도 기억될 전망이다. 11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조로> 제작발표회는 그간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뮤지컬 <조로>의 오리지널 프로듀서 존 겟츠는 "한국의 <조로>는 밀란(이태리)과 뉴욕(미국) 등에 앞선 공연으로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영상을 통해 남겼다.

<조로>의 제작사 (주)쇼팩의 대표 겸 프로듀서 송한샘은 "앞으로 브로드웨이 등 10여 개국에서 공연될 작품 중 한국만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아냈다. 한국인의 감수성이 100% 반영된 1차 각본이 완성됐다"며 남다른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도 그럴 것이 <조로>의 크리에이티브 팀은 2008년 런던에서 <조로>가 개막한 후부터 적극적으로 <조로> 프로덕션을 방문해 <조로>에 대한 한국 공연을 추진해왔다.

특히 로컬화하지 못한 해외의 유수 작품들이 한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사례를 들며 '한국 색채'를 가미해달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그 결과 국내 크리에이티브 팀이 심사숙고해 탄탄한 스토리와 캐릭터, 음악에 우리의 감수성이 묻어나는 한국판 <조로>를 탄생시켰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마이 페어 레이디> 등의 연출을 맡았던 데이비드 스완은 이번에도 <조로>를 책임지며 대본을 수정 중이다. 그는 "조로 캐릭터는 더 재치 있고 총명하며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질 것이다. 또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진솔한 청년의 모습도 불어넣었다"며 기존 캐릭터와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음악 역시 <조로>의 음악을 담당한 집시킹스(The Gipsy Kings)의 라틴 음악에 우리의 것을 더해 색다른 매력을 발산할 계획이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집시킹스의 음악에 추가 작업을 거쳐 라틴에 근거한 집시음악들을 만들었다. 특히 플라맹고와 록의 접목으로 대중적으로 쉽게 다가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로>를 더 주목하는 이유는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뮤지컬전용극장의 개관작품으로 선정됐다는 점이다. 영국 <조로>의 테크니컬한 무대연출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극장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이다. 조로는 배우 조승우, 박건형, 김준현 등이 캐스팅 돼 한국적인 조로의 모습을 연기한다. 11월 4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

<셜록홈즈>, 그의 친구 왓슨은 여자다?!

"왓슨 역할 공연에서 극대화하기 위한 연출의 선택이다."

국내 순수창작뮤지컬 <셜록홈즈>는 원작과 다른 구성이 있다. 바로 원작에서 홈즈의 절친한 친구이자 조언가인 '존 H. 왓슨'이 '제인 왓슨'으로 변신해 등장한다.

국내에서 최초로 초연하는 뮤지컬 <셜록홈즈>는 3년간의 제작기간을 거쳐 완성도를 높인 작품으로 소설 속 원작에서 보이는 인물들의 캐릭터에 충실하되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 그 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게 바로 왓슨의 캐릭터.

<셜록홈즈>의 노우성 연출가는 "원작의 독자는 왓슨의 눈을 통해 보게 되지만, 뮤지컬에선 공연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왓슨은 그다지 필요한 역할이 아니다"며 "음악적 밸런스를 위해서라도 원작이 가지고 있는 왓슨 역할을 공연에서 극대화하기 위한 연출의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왓슨이 제인으로 변신한 스토리는 특이하지만 극의 흐름상 꼭 필요한 설정이었을 것이다. 뮤지컬 <셜록홈즈>는 기획 단계부터 시즌제 프로젝트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시즌제 프로젝트는 국내에선 최초로 시행되는 시스템. 제작진은 3년간 한 작품씩 선보여질 예정으로, 그 첫 번째 에피소드가 이번에 무대에 올려질 '앤더슨가의 비밀'이다. 이미 세 편의 이야기를 구상해 매번 새로운 줄거리를 선사할 계획인데, 자칫 세 편 모두 남자들만 등장하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우려로 왓슨이 여자가 된 게 분명해 보인다.

국내에선 시즌제가 낯설기 때문에 그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노우성 연출가는 "<레미제라블>이 25주년 공연을 하는 것을 보고, 그것이 유지된 환경과 시스템 또한 부러웠다"며 "우리는 상대적으로 얇은 관객층을 가지고 있어 한 작품이 얼마나 오랫동안 사람을 받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캐릭터를 살리되 시즌을 달리하는 <셜록홈즈>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셜록홈즈>는 기존의 형식을 무너뜨리는 뮤지컬의 방식을 뛰어넘어 무대와 음악에서도 감각적인 면모를 드러낼 계획이다. 무대는 미스터리 추리극이라는 음산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깨기 위해 화이트 톤을 선택했다. 또한 영상이라는 툴을 이용해 영국의 변덕스러운 기후와 시대적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특히 공간에 대한 활용도를 높였다. 20번 이상 변화되는 공간은 셜록홈즈의 머릿속 추리과정과 과거(진실)에서 현실, 회상으로 이어지는 두 개의 공간이 계속적으로 변한다.

<셜록홈즈>가 공간을 염두에 둔 공연을 위한 건 첫 공연(7월 29일~31일)이 안양문화예술재단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안양문화예술재단은 2010년부터 '창작 무대 제작 시리즈'를 기획해왔다. 국내 창작 공연환경 개선 및 활성화에 기여해 우수 콘텐츠를 확보하면서 공연장 작품 제작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이끌기 위한 것이었다.

음악도 단순한 홈즈의 성격과 사건 중심으로 변박, 비화성음, 템포 변화에 주력했다. 극 초반 캐릭터의 성향을 숨기기 위한 음악의 장치적 매력도 돋보일 예정이다. <셜록홈즈>는 모든 상식의 틀을 벗어나 신선한 기운으로 첫 발을 내밀게 됐다. 가수 김원준과 뮤지컬 배우 송용진이 셜록홈즈로 변신하다. 두 번째 서울공연은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에서 8월 6일~9월 25일까지 진행된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