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 조각전 [LIFE STORY]쉽고 재치있는 작품들, 현대인에 따뜻함과 치유의 메시지 전달
그런 김 작가가 모처럼 신작을 들고 서울 소격동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에서 7월 6일부터 개인전 'LIFE STORY'를 열고 있다. 주변의 소소한 풍경과 인물을 다룬 것은 여전한데 이전 작들에 비해 더 현실적이고, 따뜻하고 세밀해졌다.
가족이라는 큰 틀을 주제로 삼았으면서도 이전의 어깨가 무거운 엄마 (돼지엄마)나 철딱서니 여동생 (쉿!)처럼 집단 내 개개인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전체의 균형을 보다 강조한 게 두드러진다.
사이 좋게 목욕을 하는 모습의 '친한 사이'나 가족과 강아지가 함께 나선 '유쾌한 산책', 부부가 함께 좁은 평균대에 올라 선 '균형' 등은 부부와 가족 구성원이 가정의 평화를 위해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또한 이번 전시작들은 조각가인 남편(권치규)과 세 자녀와의 일상을 주요 모티프로 했는데 작가의 속내도 자연스럽게 엿보인다. 금연을 약속한 남편이 아내 몰래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똑 똑'이라는 작품은 금연을 바라는 작가의 바람을 담았고, 선물 보따리를 챙겨 든 남성을 묘사한 '기념일'은 선물을 받고픈 작가의 속마음이기도 하다.
그런 가운데서도 김 작가의 예술세계에 깊이 자리하고 있는 시대에 대한 통찰, 리얼리즘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작품 속 여윈 팔과 다리를 한 사람들은 물신(物神)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에 속박당해 현실의 무게에 짓눌리고, 비틀리고 구부러진 현대인의 자화상을 상기시킨다.
이는 김 작가가 '풍자적 리얼리즘에 관한 조형성 연구'라는 석사논문(1997년)을 쓰고, 해학과 풍자를 담은 인간상을 다룬 초기 작품들과 맞닿아 있다. 즉 그의 비판으로서의 조각은 일상을 겨냥하는 한편, 일상에 대한 비판을 통해 현실을 포착하려고 한다.
가령 지난 4월 가족과 함께 일산에서 열린 서울모터쇼를 찾았을 당시를 묘사했다는 '2011 서울 모터쇼' 속 여성은 화려한 외제차에, 남성은 늘씬한 레이싱 모델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는 게 꽤 풍자적이다.
그러나 모터쇼에서 돌아오는 모습을 담은 '집으로'라는 작품은 모터쇼의 화려한 외제차들을 뒤로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 가족은 낡은 자전거에 몸을 싣고 페달을 밟고 있지만 표정은 매우 행복해 보인다.
김 작가의 가녀린 팔과 다리를 한 인물들은 문득 인간의 군살을 제거한 자코메티의 조각을 연상시킨다. 그가 고뇌한 인간 실존의 문제는 김 작가가 바라보는 현대인의 모습과도 겹쳐진다.
그럼에도 김 작가 고유의 해학성과 섬세한 모델링, 드라마틱한 연출 등은 관람객의 이목을 끌고 즐겁게 한다. 해학적인 미소를 리얼하게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7월 31일까지. 02)720-5789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