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구', 익숙하지 않은가? 잘 모르겠다면 '누렁이'는 어떤가. 연극 '황구도'는 황구 '아담'과 스피츠(사모예드와 저먼 스피츠의 교배종) '캐시'의 사랑을 다뤘다.

배우들이 동물 탈을 쓰고 사랑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어린이 연극을 떠올렸다면 연극 '황구도'가 말하는 현실적 사랑에 씁쓸한 입맛이 남을 듯하다.

주인공 황구와 캐시 역을 맡은 배우들은 '동물'로 분하지만 사람의 대사와 몸짓, 심오한 감정 변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반면 이들을 키우는 주인은 파편적인 대사와 과장된 신체구조로 흡사 '개'같다. 역할과 행동이 뒤바뀐 상황에서 발생하는 역설은 생각 외의 흡입력을 가진다.

토종 견 아담은 품종 견 캐시를 사랑한다. 캐시 역시 황구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서로만을 사랑하기로 맹세한다. 그러나 이들을 키우는 주인 장정은 캐시와 같은 품종 견인 거칠이와 캐시를 맺어주는데. 이 장면을 목격한 아담은 집을 떠나지만 캐시를 잊을 수 없어 결국 캐시를 데리고 집을 도망쳐 나온다.

그러나 자신을 배신하고 거칠이에게 갔던 캐시를 믿을 수 없는 아담. 결국 캐시와 아담은 헤어지고, 캐시는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세월이 지난 후 캐시를 찾아간 아담은 늙은 캐시와 거칠이를 보며 지난날을 회상하는데.

1993년 초연작으로, 극단 작은 신화가 18년 만에 극을 다듬어 올렸다. 연극 '매기의 추억', '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 법' 등 극단의 굵직한 연극 연출을 도맡았던 연출가 최용훈과 극단의 새 얼굴들이 펼치는 앙상블을 기대해보자.

7월 15일부터 8월 28일까지. 대학로문화공간 [이다.]2관. 02)762-0010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