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을 겪던 국가 '동쪽나라'와 '서쪽나라'는 전쟁을 끝내고 국경선을 긋기로 한다. 문제는, 이 국경선이 어떤 집 식탁을 기준으로 한다는 것. '한 가족이 국경선 때문에 둘로 나뉜다'는 설정은 곧바로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바람과 새가 자유롭게 오고 가는 선, 사람만 넘지 못한다는 연극의 설명에서 주제는 조금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렇다면 이 연극, 예의 그렇듯 신파일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연극 '더 라인'은 신파보다 코미디에 가깝다. 즉각적으로 '휴전선, 남북 관계, 이산가족'을 떠올리게 하는 연극 설정에 첨가된 코미디 요소는 자칫 '도를 넘었다'는 평을 받기 쉽다.

연출가 서지혜는 이를 두고 "암울하고 슬픈 이야기를 한걸음 떨어져 바라보기 위해 희극적인 형식을 도입했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실컷 웃고 가만히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서러움이 없는 나라' 서쪽나라와 '동화같은 나라' 동쪽나라는 10년에 걸친 전쟁 후 협상을 맺고 국경선을 정한다. 서로의 입장에 따라 합리적이고 정확한 분배로 그어진 국경선. 그런데 이 국경선이 한 가족의 식탁 위를 지난다.

새로운 국경선 지정 때문에 불시에 두 나라로 나뉘어 버린 집. 거실에 있던 아빠와 외삼촌은 동쪽나라의 국민으로, 방에 있던 엄마와 딸은 서쪽나라의 국민이 된다. 가운데 흔들의자에 앉아 있던 할아버지는 어느 쪽의 국민도 되지 못하고 어리둥절해 하는데.

2011년 서울연극협회공간지원사업 선정작. 7월 6일부터 7월 24일까지.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 02)3672-3001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