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실'
작가 김대섭의 '기억' 연작은 맑다. 푸른 들 가운데 어린 소년과 붉은 꽃, 작은 고양이가 있는가 하면 숲길 사이에 얼룩말이 서있고, 토끼 두 마리가 옹기종기 붙어 앉아있다.

꽃이 활짝 핀 그 순간을 '기억'한다는 작가는 선화랑 레지던시에서 3년간 자연을 관찰하고 그렸다. 자연히 그의 화폭 안 계절도 푸른 봄여름에 가까울 터, 여기에 화면을 구성하는 작은 동물들은 관람객의 동심을 일깨우기에 충분하다.

자연을 배경으로 한 '기억' 연작 이외에 두드러지는 경향은 수묵화를 배경으로 한 정물화 시리즈다. 배경이 된 수묵화와 정물은 같은 사물을 그리고 있지만, 다른 사물을 그린 듯 다른 모습을 뽐낸다.

과거 문인화에서 자주 등장했던 수묵화는 예의 소담스러운 멋을 보여주고, 그 앞에 그려진 매실이나 포도 등의 정물화는 실제 과실의 맛을 상상할 수 있을 만큼 탐스럽다.

평론가 이재헌은 이를 두고 "그러한 동질성과 이질성의 상호작용은 화면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활력과 신선감을 덤으로 준다"고 표현했다.

2005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대섭은 "영남지방 구상회화의 맥을 잇는 화가"라는 평을 받은 젊은 작가.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이 '기억(Memory)'의 이름으로 걸릴 수 있다니, 작가노트에서 여러 차례 읽을 수 있는 '행복'이 거짓이 아니다.

작품전은 7월 13일부터 7월 26일까지 선화랑에서 만나볼 수 있다. 02)734-0458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