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선, 'Man and Animals'
'Animalier'란 'Animal'과 '-ier'의 합성어로, 19세기 프랑스 미술계에서 동물을 주제로 작품을 이어나간 화가에게 붙인 별칭이다. 동물은 인간의 표현 활동에 주 모델이 되곤 했는데, 천진한 표정과 가장 본능적인 습성, 따스하거나 차가운 외면을 무엇보다 잘 소화할 수 있는 대상이기 때문이었다.

비단 작품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인간과 더불어 오랜 기간 살아온 '동행자' 역할에도 충실했다. 이번 'Animalier' 전은 "인간 사회의 지탱과 발전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온 동물에게 새로운 상징성과 관념을 부여"하고자 기획된 전시.

전시는 크게 '인간의 동반자', '동물을 통한 자아성찰', '도구로서의 동물', '반인반수, 경계적 존재'의 네 가지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인간의 동반자' 섹션에서 눈에 띄는 것은 작가 김남표의 'Instant Landscape'. 물을 마시는 얼룩말의 몸통은 나무가 되어 다른 얼룩말과 이어져있고, 하이힐은 호랑이 무늬를 하고 풍경에 어우러진다.

"유기적인 공존을 지향"하는 것. 작가 이종선의 '양을 안은 와키족 소녀'에서, 양과 양을 안고 있는 소녀는 멀끔한 눈으로 이쪽을 건너다본다. 이들과 눈을 마주치는 순간, 소녀와 양의 사랑스러움이 다가온다.

'동물을 통한 자아성찰'에서 작가 곽수현은 '개와 고양이에 관한 진실'을 냈다. 전통 민화로 그린 애완동물들을 통해 현대인의 희로애락을 표현한 것. 이밖에 '도구로서의 동물'은 인간사회의 영리적 도구로 소비되는 동물들의 현실을 알리고, '반인반수, 경계적 존재'에서는 경계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모호함을 표현했다.

곽수현, 금중기, 김남표, 박종오, 성유진, 송상희, 양승수, 이종선, 임만혁, 정정엽 등 10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8월 17일까지. 코리아나미술관 스페이스 씨. 02)547-9177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