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helia'
오필리아, 메두사. 약혼자의 배신과 아버지의 죽음으로 미친 오필리아와 누구든 바라보는 순간 돌이 되어 영영 시선을 나누지 못했던 메두사는 '이루지 못한 욕망'에 휩싸인 여성이다.

불행하게도, 아름다움과 비극을 동시에 지닌 이들. 강물에 빠져 죽은 오필리아와 머리카락으로 죽음을 내리는 메두사는 필연적으로 '죽음'의 주제와 맞닿아있다.

평론가 이선영은 작가 조현익의 작품 속 주제를 "여성-욕망-사랑-죽음"의 연결망으로 바라본다. 작품 속 여성의 모습은 상징에 가까운데, 작품의 구성과 배경, 주인공 여성의 알려진 사실이 어우러져 "자연과 주술, 욕망과 무의식"을 나타낸다고.

그러나 이들은 누구에게도 죽음을 내리지 못한다. 스스로에게 조차. 철판에 그려져 있는 여성의 모습은 순간의 장면을 봉인해 둔 것처럼 보이고, 여성의 이미지는 배경 속에 갇힌 채 나올 수 없다.

관람객을 건너다보거나 감고 있는 눈은 어떤 욕망에 사로잡혀 있지만 그뿐이다. 또 이 장면은 한 순간 강렬한 빛을 받은 채 멈춰져 있는데, 이 '섬광'은 "사랑의 기반인 숭고함과 비천함"을 드러낸다. 철판을 이용해 그린 그림들은 평면 작업임에도 하나의 조형물처럼 비춰진다.

'빛을 모으다-메두사의 방' 전의 작가 조현익은 2011 서울시립미술관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 선정 작가로, '플래시'와 '빛'을 주제로 한 개인전을 다섯 차례 열었다. 7월 6일부터 7월 31일까지. 자하미술관. 02)395-3222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