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동화 3-3'
몇 해 전 '백설공주의 새어머니는 달궈진 쇠 구두를 신고', '라푼젤의 왕자는 떨어져 죽는' 부류의 잔혹동화가 유행했다.

이 색다른 이야기가 유행했던 이유는 백설공주가 자신을 죽이려던 새어머니를 아무 대가도 없이 용서하고, 악인은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는 본래 줄거리가 도리어 너무나 비현실적이었기 때문. 악인이 승리하고 착한 사람이 고단한 인생을 사는 이야기는 종종 당연한 기류로 받아들여진다. 이 새로운 통념과 잔혹동화의 주제가 딱 어울린 셈.

작가 소현우의 <잔혹동화 3> 전은 동화의 스토리를 비꼬는 대신, 동화의 등장인물들을 스테인리스 철로 만들면서 동화에 잔혹함을 더했다. 철은 산업 사회의 살풍경과 급격히 일어난 자본주의를 상징함과 동시에 차가운 인간상을 드러낸다.

동화는 적어도 표면적인 따뜻함과 교훈, 돈 없이도 살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르치는 터라 둘의 만남은 '잔혹동화'로 엮일 수밖에. 팅커벨의 가냘픈 날개는 강인한 철로 이어져, 그가 들고 있는 전쟁 무기와의 만남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기억했던 동화 속 상냥한 존재들은 부지불식간에 악인으로 돌변한다. 평론가 고충환은 이 같은 작업 방식을 두고 "거대서사의 아우라를 돌파해 그 실체에 직면케 한다"고 평했다.

7월 8일부터 7월 27일까지. 송은 아트큐브. 02)3448-010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