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본 식재료, 자연의 상징, 민간 신앙 등 생활문화 되돌아 보기
바닷물이 하늘로 오른 자리에 소금이 온다. 소금성분은 알알이 결정(結晶)되기 직전 물 위에 넓게 퍼져 뜨는데, 염부들은 이를 일러 "소금꽃 핀다"고 말했다. 바다로부터 저수지로, 증발지와 함수창고를 거쳐 온 소금의 여정은 그렇게 끝났고, 사람의 곁에서 역사의 일부가 되어 왔다.
소금에 얽힌 생활 문화에 대한 전시 <소금꽃이 핀다!>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기본적인 식재료일뿐 아니라 자연의 상징으로, 신앙의 일부로 한국인의 일상에 파고든 소금의 정체를 돌아보는 자리다.
소금의 5원소는 햇빛과 바다, 갯벌, 바람 그리고 땀이다. 자연이 만들면 사람이 거둔다. 소금이 잘 나는 곳은 천혜의 환경이었다. 전남 지역이 그러하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청정해역과 세계에서 손꼽히는 질 좋은 갯벌이 있다.
조수 간만의 차가 크고 공기가 맑으며, 일조량이 풍부해 소금 생산의 최적지다. 전남 지역에서는 국내 소금의 90%가 생산되며, 신안군에서 생산되는 것이 70%다.
각종 사료들은 소금의 역사를 증언한다. 1976년에 나온 <주간경향>에는 "염전 될만한 해변 찾아 너도 나도" 나섰던 근대의 풍경이 실려 있다. 염부와 소금 장수의 모습이 담긴 엽서들은 당시의 풍물을 전한다.
김치와 장, 각종 젓갈에 쓰이는 염장은 소금과 연관된 대표적인 식문화. 관객은 전시장의 터치 스크린을 통해 조기 염장과 새우 젓갈 담그기를 체험해볼 수 있다. 조기는 내장까지 염장하기 위해 아가미와 입 속에까지 소금을 뿌려야 한다.
음식의 부패를 막는 염장의 원리는 소금이 악운을 물리친다고 믿는 민간신앙으로 이어졌다. 장례식 때 관과 함께 소금을 묻으면, 죽은 자가 부정과 병귀를 가져간다고 알려졌다.
소금은 바닷물에서 나왔기 때문에 많은 물과 동일시되기도 했다. 집과 절에서 발견되는 소금 단지는 화재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이 전시는 '2011 전남민속문화의 해'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되었으며 10월14일부터 12월14일까지는 전남 목포에 위치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로 자리를 옮겨 이어진다. 02-3704-3114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