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에서 확실한 일은 어떤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그 죽음에 대해 누군가는 애도하고, 누군가는 무감각해 하며, 종종 누군가는 기뻐할지 모른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죽음을 둘러 싼 사람들은 각기 다른 시선으로 사실을 바라본다. 연극 <마지막 여행>은 이러한 상황을 극화하여 조금 더 '이기적인' 인간 군상을 들여다본다.

세 딸 중 막내 주현은 친정어머니의 암 수술 비용을 지불하느라 빚더미에 오른다. 첫째 지현 부부는 사업을 하느라 가세가 기울었고 둘째 경현은 지현과 돈 문제로 얽혀 의절한 상태. 경제 문제로 힘들어하던 주현은 남편 성진과 사이가 멀어지고 이혼을 요구하게 된다.

주현은 성진을, 성진은 주현을 서로 오해하던 상황에 주현이 여행 중 사고로 사망한다. 주현이 남기고 간 사망 보험금 1억 5천만 원을 알게 된 가족들은 각자의 상황을 내세우며 주현의 죽음을 두고 설전을 벌이는데.

비통한 마음을 표현하던 가족들이 점차 주현을 폄하하고 서로의 주장을 내세우는 상황은 대사로만 끝나지 않는다. 처음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던 장례식장은 가족들의 말다툼이 이어질수록 쓰레기장으로 변하고, 조명은 점차 밝아져 현실을 그대로 비춘다.

연극 <마지막 여행>을 맡은 연출가 류주연은 "나약한 인간성을 통해 타인에 대한 진정한 이해의 단초를 제시하고자" 했으며, "시공간의 불규칙한 구성을 다양한 연극적 실험을 통해 강조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8월 4일부터 8월 21일까지. 대학로 게릴라극장. 02)763-1268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