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O110603'
작가 이승희의 도자기는 '평평하다.' 어떻게? 하는 물음은 작품을 보는 순간 풀린다. 흙과 유약으로 빚은 작품은 도자기의 모습과 질감을 가지고 있으면서 평면이다.

2008년부터 '평면 도자기법'을 시작한 작가는 "판 자체까지 도자기로 구워내어 흙과 유약의 차이를 극대화하고자 했다"고 했다. 종이 위에 그리는 그림으로는 도자기의 질감을 살릴 수 없었고, 결국 도자기를 사용하여 평면 작업을 행했다.

중앙대학교 김백균 교수는 이를 두고 "그가 어떤 작업을 하던 흙과 도자기의 질감과 맛을 떠나 그의 존재를 표현할 길이 없음을 발견"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작품들을 단순히 입체를 평면화 했다는 해석에 가둔다면, '고전과 현대의 시간 간극'을 좁혔다는 의미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마주침'과 '떨림'의 키워드로 표현되는 전시의 주제는 그 빛깔과 느낌의 신선한 긴장감, 과거와 현대의 만남, 종종 드러나는 투박함의 인간미로 확장된다.

이와 더불어, 도자기의 질감과 특징을 이해하고 배경과 도자기의 선을 나눈 작업은 그 단순하고 깔끔한 맛을 그대로 드러낸다. 도자기가 평평한 것이 '특별함'이 되는 이유는 도자기가 가지고 있는 실용적 특성을 전면으로 뒤집은 작업이라는 데에 있다.

"비실용이 실용"으로 변화하는 이 작업은 장자의 무용지용과 통한다고 한다. '쓸모없는 사물로 느껴졌던 물건들이 어느 자리에서는 제 구실을 하게 마련'이라는 삶의 성찰이 짙게 배어있다.

7월 14일부터 8월 14일까지. 갤러리 아트사이드. 02)725-102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