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9개국 30개 작품 8월 31일부터 전통과 고전으 힘 다시 보여줘

개막작 국립창극단의 판소리 오페라 <수궁가>
공연계에도 보수와 진보가 있다면,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은 정통 보수다. 각국의 독특한 문화적 전통을 볼 수 있고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작품들로만 구성한 축제이기 때문이다.

5회째를 맞은 올해는 특히 17세기 초연작부터 동시대 창작품까지 9개국 30개 작품을 모아 전통과 고전의 힘을 다시 한번 관객에게 보여줄 준비가 되어 있다.

전속단체들이 보여주는 한국 공연예술의 힘

해마다 신작과 인기 레퍼토리로 축제의 시작과 끝을 알렸던 국립극장의 3개 전속단체는 올해도 그 기조를 이어간다. 전속단체 중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르는 국립창극단은 판소리 오페라 <수궁가>로 개막작의 영광까지 안았다.

<수궁가>는 국립창극단에서 이미 여러 차례 공연한 바 있지만, 이번에는 세계적인 오페라 연출가인 아힘 프라이어의 연출을 통해 기존의 수궁가와는 완벽하게 다른 작품으로 거듭났다.

밀레니엄합창단의 <하모니 인 꼬레아>
프라이어는 "어떤 음악이나 작품으로 완성될지 아직 모르겠다"고 하면서도 "오천 년이라는 거대한 역사와 77살의 청년이 만났다. 브레히트의 제자로서 관객들에게 새로운 작품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극장 관계자는 "이번 <수궁가>는 우리 소리의 원형으로 돌아가려는 시도이자, 향후 세계의 대형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될 판소리의 미래"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지난 6월 국립극장 창작발표회에서 일부만 공개했던 창작음악회 < Part of Nature >를 처음으로 공개한다.

황병기 예술감독이 지난해 초 구상해 재독작곡가 정일련에게 작곡을 위촉해 완성된 이 대작 연주회는 국악기의 새로운 연주기법을 도입하는 등 창작국악관현악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폐막작은 얼마 전 공개된 국가브랜드 공연 <화선 김홍도>가 재정비된 모습으로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된다. 이미 지난 초연 때 관객의 호평을 이끌어낸 이 공연은 10월 공연에서는 전문가와 일반 평가단의 의견을 수렴해 보다 완성도 높은 버전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동서양 국립극장들의 진수

랴오닝발레단의 <마지막 황제>
국내 관객들이 주목해야 할 부문은 역시 해외초청작이다. 축제 첫날 첫 무대를 장식하는 것은 스페인 밀레니엄합창단과 국립국악관현악단이 공동제작해 협연을 펼치는 <하모니 인 꼬레아>다. 한국인 임재식 단장이 스페인에서 창단한 밀레니엄합창단은 지난해 11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스페인 공연에 대한 후속 문화 교류 차원으로 이번 공연을 진행한다.

중국 랴오닝 발레단과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이 합작한 대형 발레극 <마지막 황제>도 주목되는 작품이다. <홍등>, <백발소녀>와 함께 중국 문화를 대표하는 이 국가브랜드 공연은 웅장한 안무와 구성이 특징이다.

올해 가장 관심을 끄는 작품은 프랑스 코메디 프랑세즈의 <상상병 환자>다. 세계 연극사에서 가장 위대한 희곡작가로 평가받는 몰리에르가 쓴 이 작품은 1673년 프랑스 초연 이후 400년간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걸작. 심리분석을 통해 당시의 프랑스 사회의 엄숙주의나 권위주의를 날카롭게 풍자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편 지난해에도 방한했던 이미지극의 대가 로버트 윌슨은 체코 프라하국립극장과 손잡고 판타지극 <마크로풀로스의 비밀>을 무대에 올린다. 조명, 몸짓, 소리, 움직임, 리듬 등 윌슨의 개성이 빛나는 아방가르드적 연극기법도 다시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공연예술의 국제교류의 장

폐막작 국가브랜드 공연 <화선 김홍도>
국내우수작, 국내초청작도 어김없이 무용, 연극, 음악, 뮤지컬,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에서 엄선된 개성 있는 작품들로 구성됐다.

국내우수작에는 세컨드네이처의 <세컨드네이처의 구토>를 제외하면 극단 드림플레이의 <장석조네 사람들> 등 연극이 대부분이지만, 국내초청작에서는 현대무용, 한국무용, 월드뮤직, 클래식, 오페라, 퓨전국악 등 춤과 음악, 연극이 다양하게 포함되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지난 2007년 처음 개최된 이후 세계적인 공연예술 트렌드를 선보이며 각 나라 고유의 공연문화를 경험하는 장이 됐던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은 올해도 공연 외에 예술경영지원센터와 서울아트마켓을 공동 개최하며 국제적인 문화교류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임연철 국립극장 극장장은 "그동안 이 축제를 통해 세계 각국의 국립극장을 초청하고 한국의 공연 장르가 답방하며 우리 전통공연을 해외에 알려왔다"고 설명하며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은 앞으로 한국 작품의 세계화를 선도하는 행사로 더욱 열심히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극장이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8월 31일부터 60여 일간 국립극장 산하 4개 극장에서 펼쳐진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