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옷을 벗는 과정은 옷과 옷이 벗겨진 맨 몸을 동시에 보여준다. 탈의의 순간, 옷은 몸을 드러내면서 한정적으로 가린다. 모든 일들이 경계에 서 있을 때 그 의미를 극명하게 드러내듯, 작가 임주연이 바라보는 '탈의'의 과정도 그렇다.

누군가의 사회적 지휘나 취향을 분명하게 알리는 옷이 착용자의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순간, 작가가 이야기하는 옷의 정의, "몸을 의식하게 만들고, 자의식을 드러내기도 하는 자기 투사적 오브제"가 사라지고, 몸은 철저히 사적인 공간으로 돌아간다.

작가는 작가 자신의 공간에서 옷을 벗는다. 그리고 카메라를 이용해 옷을 벗는 모든 과정을 찍는다. 탈의의 과정을 담은 사진 중 일부를 골라 회화로 옮긴다.

평론가 이대범은 작가 임주연의 작업에서 탈의의 의미를 해석하기에 앞서, 작업을 시작하기 위한 일련의 작업들을 작가 '스스로'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단순히 '사회성을 벗는' 작업이 아니라, 공적 공간 안에서 '보이는 나'와 스스로를 '바라보는 나'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

타인의 시선 속에 자유롭지 못했던 '나'와, 사적인 공간에서 옷을 벗는 '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이 과정을 담담한 시선으로 쫓는 '나'도 존재한다.

이 가운데 순차적으로 제시되는 탈의는 공적 공간에서 숨어있던 '나'가 사적 공간에서 오롯하게 드러나는 과정을 그린다. 순간순간 스치는 '나'의 모습, 투박한 붓질이 화폭 위에 붙잡는다.

7월 29일부터 9월 1일까지. 송은 아트큐브. 02)3448-010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