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로마, 베를린, 파리, 서울 국경 가로지르는 예술의 시대적 고민 담아
서로 다른 경로로 온 작품들이 마주 놓여 질문을 나누고, 대화를 주고받는다. 국경을 가로지르는 전시 '5C5C'는 동시대 미술에 대한 새로운 지형도다.
큐레이터들이 제안한 질문에는 전지구화된 시대에 예술이 지역, 전통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공통적으로 녹아 있다.
뉴욕의 큐레이터 제니퍼 정커마이어와 김시니는 선택의 자유라는 미국 사회 특유의 가치가 딜레마에 처한 상황에 주목했으며, 로마의 큐레이터 알베르토 담브루오소는 전통이 깊은 로마 미술계에서 전통과 혁신이 어떻게 만나는지 살펴본다.
베를린 큐레이터 프란치스카 로이토이써는 문화적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방식으로 동시대 미술의 중심을 형성하는 작가들을 소개하며, 파리의 큐레이터 클로다 키오는 첨단 매체 기술의 영향을 받는 예술적 흐름 속에서 평면적인 작업을 하는 것의 의미를 묻는다. 서울의 큐레이터 황진영은 전지구화된 환경에서 지역성을 반영하는 예술적 실천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준다.
전시 작품들은 큐레이터의 질문과 연관 지어볼 수도, 작품 간 관계를 통해 해석해볼 수도 있다.
파키스탄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작가 오스만 칸은 파키스탄에서 흔히 쓰이는 도상을 트럭에 입혀 미국을 유랑하는 설치, 퍼포먼스 작업을 했다. 이질적인 맥락에 놓인 신화적이고 자연적인 도상들은 문화적 혼종의 상황, 이주자의 정체성 문제 등을 떠올리게 한다.
한국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작가 한방글의 작업도 다문화 사회에서 개인의 정체성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보여준다. 다양한 색 머리카락을 가진 작가의 얼굴 사진을 모자이크해 만든 벽지는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의 초상 같다.
로마 작가 마우로 디 실베스트레는 유년기 추억과 현재의 풍경을 겹치는 회화 작업으로 서로 다른 시간을 잇는다. 로마 작가들에게 과거는 존중해야 할 현재의 기반이다.
베를린의 작가들은 여행 가방에 들어가는 작품을 보내달라는 큐레이터의 요청에 따라 미술의 휴대, 이동 가능성을 보여준다. 얀 뷘니히 작가는 수건을 말고 접어 백조 모양으로 만든 작품을, 안데어스 헬스턴 니쎈 작가는 새장 작품을 보내 왔다.
티베트 승려들의 옷감을 이용한 볼프강 슈틸러 작가의 작품은 동양에 대한 서구적 오리엔탈리즘을 비판하고 정치, 사회적 현실로서 타문화를 직시할 것을 제안한다. 중국에서 활동하다가 체제 비판적 작업 때문에 추방당한 작가의 경험을 담았다.
한국적인 키치함과 매체적 실험을 뒤섞는 한국의 양아치 작가의 작품도 전시된다. 서로 다른 소리들, 서로 다른 의도와 언어들, 동상이몽이 불협화음의 경계를 흐리며 통합되는 풍경 같은 영상 작업 'Stereo'는 이번 전시의 형식과도 잘 이어진다. 세계 주요 도시의 미술은 각각 개성이 뚜렷하지만, 시대에 대응하는 적극적 의지로 통한다.
'5C5C' 전은 서울 KT&G 상상마당갤러리에서 8월27일까지 열린 후 나머지 4개의 도시들을 순회한다. 전시 제목은 다섯 개의 도시(Five Cities), 다섯 개의 주제(Five Concepts), 다섯 명의 큐레이터(Five Curators)와 다섯 방향의 대화(Five-way Conversation) 등을 뜻한다. 02-330-6223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