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로 기억되는 이 시는 현대 시 중 '국민 시'로 일컬을 수 있는 대표작 중 하나다.

한용운 특유의 날카롭고 섬세한 감수성은 시 발표 당시의 연인들에서 현대의 연인들까지를 아우르기에 충분했다. 주최 '별난 프로젝트'는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과 한용운의 생애에서 모티프를 얻어 연극 <님의 침묵>을 기획했다.

연극 <님의 침묵>은 영상과 연극을 한 무대에 올려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완성도 높은 연극을 꾀했다. 여기에 현재 공연계의 판도를 바꾸고자 '엿보기' 방식을 취했는데, 작품의 원작을 엿보고 이를 해석한 연출가의 생각을 엿보며 관객의 마음까지 엿보겠다는 전략이다.

"'소통'이 있었다면, '님'이 과연 침묵했을까?"의 물음에서 출발한 연극 '님의 침묵'은 세 사람의 대화를 중심으로 무대를 꾸린다. 사람들의 소통에 대한 욕구를 시작으로, 사이버 세상 속에서 이어지는 관계와 현대의 대화 장을 돌아보다보니 개화기 시절 소통의 장이 떠올랐던 극작가 한진희는 '아! 그! 만해' 막걸리 주막을 만든다.

주막의 사장 '방명록'은 그의 이름처럼 그 시절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주막에 한 남자가 찾아와 쪽지를 남기고, 이 쪽지는 인연의 시작이 되는데. 방명록, 남, 여로 구성된 인물 설정이 재미있다. 그 시대 순정남과 이화학당 여학생의 만남, 흥미진진하게 이어질까.

8월 18일부터 8월 20일까지. 홍대 블루라이트홀. 070-8272-9001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