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또렷한 주제와 이를 잘 표현할 줄 아는 재료만 있다면 주제를 드러내는 데 화려함보다 감결함이 도움이 된다.

작가 강영길의 작품들은 색채의 강렬한 대비, 주제를 드러내는 소재에만 집중한 구성 등을 통해 "실존에 대한 고민"을 효과적으로 드러냈다.

오브제들은 표정이 없어 작가의 자의식을 바로 의식하기 어렵지만,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는 것' 또한 작가의 숨겨진 전략이다. '존재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담담하게 표현하여 관람객과 해석을 나누고자 한 것.

작품의 소재로 선택된 대나무와 수영장은 '소멸'과 '소멸할 수밖에 없는' 속성을 보여준다. 여기에 당시 상황 속에서 일시적으로 일어난 감정과 남겨진 추억들은 이 '소멸' 키워드를 더욱 공고히 한다.

우선 수영장 시리즈에서, 작가는 지인이 수영하고 있는 모습에서 '찬란한 햇빛'과 '쓸쓸한 수영'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고, "현실에서 분리되어 버린 것 같은 슬픔"을 느낀다. 이는 작품 이미지 속 넥타이와 수영장의 대비나 컬러, 흑백의 작업에서 의미를 또렷하게 굳힌다.

그의 대나무 연작에서, 관람객은 작품 속에 나타난 대나무 외에 다른 대나무들의 존재를 느끼지 못한다.

대나무 뒤로 펼쳐진 숲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끝없는 어둠. 작가는 빛을 최대한 억제한 상황에서 대나무를 촬영하고, 어둠 속에 홀로 서 있는 대나무의 모습을 극사실적으로 끌어내면서 '자아를 표현'한다. 이를 통해 "사라져가는 존재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고 싶었다고 전한다.

전시는 7월 28일부터 8월 15일까지 가나 컨템포러리에서 열린다. 02)720-102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