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잘 것 없는 풀들을 꽃이라 여기며'
식물은 남의 것을 탐하지 않고, 제가 필요한 만큼 취하며 얻은 만큼 준다. 싸우지 않고, 소란을 피우지 않으며 고요하고 평화롭다. 바람의 힘을 얻어 움직이지 않고는 조용히 제 자리를 지키며 오직 자연의 도움으로 제 싹을 틔울 줄 안다.

그래서일까. 옛 선비들은 사군자를 즐겨 그리며 마음을 닦았고, 둥글게 빚은 항아리나 도자기와 난의 만남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평론가 박영택은 작가 이근우의 '식물성의 자취' 전에 대해 "무한경쟁으로 내몰린 오늘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라 평했다. 앞서 소개한 식물의 특성과, 식물을 사랑한 옛 사람들의 마음을 돌아보며 현실을 반성할 수 있다는 것.

작가는 지극히 한국적인 기법으로 식물을 그렸다. 그리고자 하는 대상에 따라 물을 넉넉히 품기도, 먹의 힘을 빌리기도 하는 작품은 식물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한다.

굵게 올랐다가 좁아지는, 짙었다가 옅어지는, 또렷했다가 흐려지는 붓의 길은 식물의 생명 순환을 보여주는 듯하고, 자연의 맛을 담뿍 담은 작품 속 풍경은 식물의 편안함을 닮았다.

'식물성의 자취' 전에서 식물 그림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화분을 배경으로 식물을 힘 있게 표현한 그림과 식물이 흩어진 모습을 자연스럽게 표현한 그림이 있다. 앞선 그림은 "문인화적인 제스처와 정신성을 강조한 그림"이라는 평을, 후자는 "식물성이 지닌 덕목을 형상화하려는 시도"라는 평을 받았다.

'식물성의 자취' 전은 작가의 일곱 번째 개인전이다. 항상 초심과 같은 마음으로 식물을 바라보고 식물을 표현한 작가 이근우. 작가와 식물, 그리고 나의 공통점을 찾아보며 관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전시는 8월 10일부터 16일까지. 갤러리 고도. 010-4033-1737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