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ing watermelon punch'
먹고 자고 입는, 생을 위한 삼중주에서 '욕망'이 가장 두드러지는 행동은 '먹는 것'일 테다. 어떤 것을 도살하고 누구에게서 빼앗아 입고 자는 행위는 겉으로 제 행동의 잔인함을 말하지 않지만, '먹는다'는 솔직한 욕망을 그대로 표현한다.

먹기 위해 죽이고, 먹기 위해 쪼개며 먹기 위해 조리하는 과정은 오롯하게 배고픔을 채우기 위한 사이클이다. 음식과 먹는 행위를 소재로 그림을 그려온 작가 정경심이 욕망과 수박을 주제로 'Watermelon'전을 연다.

'Making watermelon punch'는 왜 욕망과 음식의 상관관계를 가장 효과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소재가 수박인지를 확실히 보여준다. 물속에서 수박을 쪼개는 퍼포먼스를 비디오로 담아낸 'Making watermelon punch'는 깨끗한 물과 작가의 흰 손, 쪼개진 수박에서 흘러나온 붉은 과즙의 대비를 통해 주제를 드러낸다.

여기에 '난도질 하는 행위'와 '난도질당하는 행위'가 더해져, '수박' 본래의 이미지는 퇴색되고 새로운 이야기가 남는다. 이밖에 '코스모스 레스토랑'은 평론가 신지웅을 통해 "먹는 행위 속 가학성과 강박성"을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번 전시는 작가 정경심의 다섯 번째 개인전이다. 1999년 서울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한 후 다수의 그룹전에도 참여했다. 'Watermelon' 전은 "이번 전시에서는 먹는 쾌락과 먹히는 쾌락의 추구를 수박 속에서 통합"한다며, "수박을 자학의 알레고리로 그려내는 것"이라고 전했다.

8월 4일부터 9월 9일까지. 자하미술관. 02)395-3222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