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둘 중 하나였다. 귀신과 사람의 우정을 다루었던지, 사람과 사람의 사랑을 다루었던지. 연극 <나의 마지막 연인>은 귀신과 사람의 우정을 다루면서, 그로 인해 이루어지거나 부서지는 사랑을 동시에 다뤘다.

한 쪽은 한을 품고 구천을 떠돌 만큼 '정신'이 있지만 육체가 없고, 한 쪽은 몸은 있지만 사람과 소통하고 사랑을 나눌 '마음'이 없다. 부족한 두 등장인물이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며 이끌어나가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3년 동안 세상을 떠돌며 자신을 보고 들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다니던 귀신 연두는 드디어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 보라를 만난다. 하지만 이런저런 상처로 세상과의 문을 닫아버린 보라는 연두와의 만남조차 거절하고, 이승에서 못 이룬 일 때문에 보라가 꼭 필요했던 연두는 보라의 집에 눌러앉게 된다.

함께 사는 100일 동안 보라의 마음을 돌리려 노력한 연두. 연두의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보고, 보라는 마음을 연다. 연두는 보라에게 처음으로 자신이 왜 구천을 떠돌게 되었는지 알려주는데.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출국' 등의 노래로 유명한 가수 하림이 음악감독을 맡아 극의 감정을 더해준다. 오롯하게 작품을 위해 작곡된 6개의 테마곡이 극의 흐름에 따라 적재적소에서 흘러나와 관객의 감성을 자극하고, 두 등장인물의 내면을 더욱 섬세하게 묘사하기 위해 바이올린과 아코디언 연주가 즉석에서 공연된다.

극작에 김민영, 연출에 김영순이 참여했다. 8월 11일부터 8월 18일까지.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 02)545-1978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