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행복>의 포스터 속 부부. '지금 이대로, 모든 것이 좋은' 표정을 짓고 손을 잡고 있는 그들은 걱정 없이 행복해 보인다.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이 남자, 건망증이 너무 심합니다"라고. 남편은 "이 여자, 크게 울거나 웃지 못합니다"라고 전한다. 서로의 소개가 조금 신랄하다 싶어 이유가 궁금해지고, 이유를 알고 '이렇게 허울을 알고도 살아가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먹먹해진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옮긴 듯 편안하고 즐거운, 때로 슬픈 연극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러닝 타임 100분이 그리 길지 않다. 극의 특성 상 많은 배우가 출연하지 않음에도 명료한 메시지 덕에 극이 흔들리지 않는다.

연출가 정세혁은 "절망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큰 '사랑'으로 더 큰 '행복'을 꾸려나가는 한 부부의 이야기가 현실에 힘들어하는 관객들에게 많은 위안과 희망"을 주기 바란다고 전했다.

어울리지 않는다는 주변의 이야기에도 서로를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아내와 남편. 이들은 서로의 존재만으로 행복과 사랑을 느끼며 살아간다. 이렇게 행복하게 살아가던 부부에게 연달아 비보가 닥친다.

남편은 아내가 희귀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아내는 남편이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서로의 병은 알지만 스스로의 병은 모르는 부부. 두 사람은 서로를 위해 더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기로 결심하게 되는데.

6월 24일부터 8월 28일까지. 마로니에 극장. 070-7613-4527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