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01105'
푸른 자연이 생명을 상징한다고 여기는 것은 자연의 다른 쪽을 잃는 일이다.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는 것이 당연한 이치인지라, 자연은 제 품 속에 삶과 죽음을 동시에 안고 있다.

꽃이 지기 직전 새빨간 색을 드러내고, 숲이 자신을 지키고 가리려 빽빽한 푸름을 드러내는 것을 보면 자연에서 '죽음과 공포'를 느끼는 것이 비자연적인 일이 아님을 몸소 느낄 수 있다.

작가 김성남의 작품에 대해 평론가 이선영은 "격렬하다"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그의 작품은 여타의 자연 찬미적 작업과는 다르게 '원초적 에너지'를 품고 있다는 것. 사실 자연에게 언제나 작고 아름답게 지저귀는 새나 연둣빛의 잎, 살랑살랑 부는 바람 등의 이미지만을 기대하는 것은 인간의 오만일지 모른다.

자연은 제 위치에 맞게 죽음을 맞기도 하고 재앙을 내리기도 한다. 작가의 작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자연의 위대함을 반대의 이미지로 역설하여 의미를 추구하거나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아닐까 싶지만, 작가의 작업들은 하나의 '자연 드라마'에 가깝다는 평이다.

숲은 죽음과 삶을 동시에 맞는다. 언뜻 여러 생명이 엉켜 무질서해 보이는 숲은 그러나 나름의 질서로 유지되고 있고, 사실 '죽음'을 준다기보다 '재순환' 쪽에 더욱 가깝다.

'혼신의 작가' 시리즈의 하나로 김성남의 개인전을 채택한 금산 갤러리는 "숲의 거대한 시스템은 현대 사회에서 느낄 수 없는 원초적인 감정을 자극한다"고 전했다.

자연의 생명과 죽음, 순환의 시스템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김성남 개인전>은 8월 17일부터 9월 4일까지 열린다. 02)3789-6317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