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를 품다 1'
옹기만큼 '질박하다'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물건이 있을까. 수수하고, 순박하고, 소박하고, 박질한. 본래의 의미는 "꾸민 데가 없이 수수하다"이지만 옹기의 '질박함'은 단순히 수수한 맛을 넘어선다.

오랫동안 장을 담아 숙성시키고, 집의 옆에서 함께 살아온 자연의 그릇 옹기는 한민족의 질곡어린 역사를 그대로 대변한다. 이처럼 '우리'의 멋과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그릇 옹기에 오랜 기간 집중해 온 작가가 <고요를 품다> 전의 손정실이다.

작가는 그간 배경이나 실용품에 그쳤던 옹기를 작품 전면에 내세운다. 화폭 가운데 자리 잡은 옹기는 특유의 투박하고 튼튼하며 친근한 이미지를 양껏 보여주고, 그 뒤로 펼쳐진 문인화 한 폭은 옹기의 멋과 만나 고즈넉한 맛을 더한다.

평론가 이재연은 작가의 이런 화풍에 주목하였는데, 옹기 표현의 리얼리티와 배경의 여백, 톤과 양감의 대비 등이 그림을 보다 역동적으로 연출해줌과 동시에 양적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것.

과거 선비들의 고급스러운 취미로 인정받았던 문인화가 마당 한편에서 장을 숙성시키던 옹기와 같은 작품을 이루는 것도 흥미롭지만,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이들의 위치다.

과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옹기는 가운데서 제 모습을 뽐내고, 문인화는 옹기의 뒤에서 차분히 배경이 되고 있다. "원시적인 조형적 충동의 편린들을 제대로 읽을 기회"라 하겠다. 다만 이러한 주제 의식은 결국 하나로 통하게 되는데, 이는 옹기와 문인화가 드러내듯 '우리다움'의 아름다움이다.

전시는 8월 26일부터 9월 1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감상할 수 있다. 02)580-163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