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ck up-M3'
옛 서당에서 책을 한 권 뗄 때마다 훈장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던 행사가 '책거리'다. 서당과 훈장님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뒤에도, 매번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책거리'는 다시 등장한다.

요새의 책거리는 아이들이 함께 맛있는 것을 나누어 먹고 학년의 추억을 돌아보는 것으로 그 형식은 다르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여전하다. 긴 시간 함께한 책을 떠나보내며 추억을 되새기고 '기억을 쌓는' 것.

작가 원인호는 한국민화 속 책거리에 주목했다. 작가는 민화 속 책거리 그림이 "한민족의 정서와 염원, 생활상을 솔직하고 대담하게" 나타냈다고 전한다. 본래 책거리를 그린 민화는 책가도, 문방도로 분류되어 생활 장식화로 쓰였다.

여기서 작가가 특별히 책거리 그림에 주목하게 된 이유는 '책이 쌓여감'이 가지는 의미 때문. 특정한 장소에 모여 있던 사물들이 층을 이루고 쌓여 '이미지의 탑'을 만들고, 이는 과거와 현재의 기억이나 이미지가 쌓인 '기억의 탑'으로 통한다.

<기억을 쌓다> 전의 회화들은 단순히 '책의 탑'을 넘어 기억의 탑과 추억으로 책거리의 의미를 확장시킨다. 여기에 책들의 모임에 '나와 타인'을 떠올리고, 책장을 이어주는 끈으로 관계를 형상화하고 있다.

작가는 기법으로도 이러한 메시지를 담고자 했는데, 선들을 그렸다가 다시 긁어내고, 반복해서 칠하는 과정으로 차곡차곡 쌓이는 시간의 흐름과 남겨진 기억의 관계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전한다.

전시는 8월 31일부터 9월 5일까지 인사아트센터. 02)736-102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