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석, 'flowing_field'
서울시 종로구 Eon gallery가 2011 가을 전시로 한지석‧최종운 작가의 '사라지는 것이 살아지는 것이다' 전을 소개한다. 두 작가의 작품 주제를 한 번에 소개하는 전시의 제목은 한지석‧최종운 작가의 근황작들의 주제를 토대로 지어졌다고.

작가 한지석의 작품은 얼핏 어떤 것을 형상화 했는지 분간이 쉽지 않다. 그러나 하나의 화폭 속에 담긴 무수한 이야기들을 알고 나면, 하나의 캔버스가 얼마나 무한한 세계인지 여실히 실감하게 된다.

작가는 깨끗한 캔버스 위에 선을 긋고 이들을 이어 구체적으로 형상화하는데, 이들은 작가 주변의 말들이나 신문, 방송에서 회자된 이야기들을 구체적인 형태로 그린 것이라고. 하나의 이야기를 그린 후 그 위에 또 다른 이야기를 덧그리는 방식으로, 이전에 그렸던 이야기는 새롭게 그려진 이야기 밑으로 사라지고 그 이야기는 다시 새로운 이야기로 덮인다.

따라서 한지석의 작품은 셀 수 없는 이야기들의 모음인 셈. '사라지는 것…' 전은 "물감이 흘러내리고 겹쳐지고 얹히면서 작가가 의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풍경이 기억에 기억을 덧입히듯 살아가게 하는 것"이라는 평을 전했다.

작가 최종훈은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사물들에게서 새로운 이미지나 용도를 발굴해낸다. 이를테면 길가의 가로수가 베여 쓰러져 있는 장면을 보고, 가로수를 대상으로 사진을 찍고 설치 작업을 하는 식. 하찮은 것으로 취급 되어 버려진 것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교훈을 준다.

최종운, 'The memory of my mind'
이와 같은 작가의 역설은 사물의 위치를 다시 바라보게 할 뿐 아니라, 인간의 존재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는 평이다. 파이프를 가져와 '이것은 뜨겁다'라고 표현할 수 있는 작가의 마음이 놀랍다.

'사라지는 것이 살아지는 것이다'를 주제로 회화와 설치 작업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9월 1일부터 10월 8일까지. 02)725-6777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