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드라마의 고전이자 전설로 손꼽히는 <12인의 성난 사람들>. 미국의 극작가 로즈(Reginald Rose) 원작으로, TV 드라마는 물론 영화로도 세상의 빛을 보았다.

12명의 배심원 중 11명이 유죄를 확신하는 살인사건을 두고 1명의 배심원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12명의 등장인물과 단순한 장소 설정만으로도 대단한 흡입력을 자랑한다. 사실 '소년이 살인 사건의 피의자'라는 외부 사건을 제외하면, 이야기 속 갈등은 오직 배심원들 사이의 설전뿐이다.

그러나 단 한 명의 주장을 통해 변화하는 12인의 내면이나, 12인의 주장에 따라 조립되는 사건 개요, 소년의 마지막 운명까지 쫓아가다 보면 숨이 가쁘다.

12인의 배심원이 등장하고, 배심원실이 배경인 법정 드라마지만 사실 이 12인은 사회 구성원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근거 없는 억측을 내세우는 배심원이나 처음의 고집을 결코 꺾지 않는 배심원, 인종에 대한 편견으로 유죄를 주장하는 배심원, 그리고 이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하는 한 명의 배심원과 이들의 대화는 사회와 정치판을 축약해 보여주는 듯 씁쓸하다.

한국에 살고 있는 18세의 아이. 그는 동남아시아계로, 자신의 한국인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빈민가의 소년이다. 살해 혐의에 대한 재판은 끝나고, 이를 참관했던 배심원들의 판결에 따라 운명이 결정지어진다.

그러나 배심원들은 소년의 운명보다 재판을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 앞서 모두 유죄에 뜻을 모은다. 8번 배심원 한 명을 제외하고. 8번 배심원은 이런저런 증거를 들어 소년의 유죄를 확신할 수 없다 말한다. 12인의 성난 사람들이 논쟁을 끝낸 후, 소년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9월 6일부터 9월 10일까지. 아리랑 아트홀. 02)3676-3676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