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조각가 정관모씨 아내 고희 기념해 '1+1=4' 주제로네명이 모두 대학 동문 "다음에 또 열고 싶어요"

정진아의 '거짓말'
같은 학교 같은 과 선후배 그리고 미국 유학. 한 가족 4명에게는 결코 흔치 않은 인연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조각가인 정관모(74) 성신여대 명예교수가 아내, 딸, 사위와 함께 '가족 전시회'를 개최했다. 가족 전시회이긴 하지만 네 사람 각자에게 개인전이기도 하다.

정 명예교수를 비롯한 아내 김혜원(70)씨와 외동딸 진아(43)씨, 사위 박발륜(47ㆍ본명 박창식)씨는 홍익대 미술대학 조소과 동문이자, 미국 유학을 통해 작품세계를 넓혀 갔다는 공통분모를 안고 있다.

개성 색깔 서로 달라

정 교수 가족 4명이 지난 5일 서울 인사동 서울미술관 전관에서 '1+1=4'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다. 이들 작가 4명은 국내외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가족 전시회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네 작가의 작품 70여 점이 전시되는 이번 전시회는 11일까지 계속된다.

정관모 작가의 작품 '주의 긍휼을 내게서 거두지 마시고…' 앞에 선 가족들. 오른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정관모 작가, 외손자 박성빈, 딸 정진아, 사위 박발륜, 부인 김혜원. 서울미술관 제공
같은 학교, 같은 과에서 같은 공부를 했지만, 네 사람의 작품 세계는 같은 듯 다르다. 네 사람 모두 개성과 색깔이 뚜렷하다.

정 교수는 '속(俗)과 성(聖) 병존'이라는 주제로 일상생활 속 오브제(Objet)와 기독교적 신앙의 조화를 추구한다. 정 교수는 작품을 통해 삶과 신앙과 예술이 하나로 융화돼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신앙의 세계 접근

인간과 공간의 관계, 공간과 공간의 관계, 인간과 하나님의 관계를 통해 세상의 양면성을 이야기하는 김혜원 작가는 금속의 차갑고 딱딱한 느낌을 실리적으로 해석한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공간의 관계항'.

정진아 작가는 "최근 들어 아버지의 작품은 일상생활 속에서 신앙을 발견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접근하는 것 같다"며 "어머니의 작품은 공간적 유희가 인상적"이라고 설명했다.

김혜원의 '관계항-sweet home'
박발륜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박창식 작가는 'Plastique'라는 주제를 내걸었다. 박 작가는 풍선으로 자연 형태를 만드는 독특한 조형 세계를 추구한다.

정진아 작가는 'WORLD PLAY'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재료를 단어의 개념과 연결하는 시도를 했다. 일상의 고정관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정 작가는 오브제 성향의 설치 작품이 돋보인다.

개인전만 35회 열어

개인전 35회, 단체전 280회의 관록에 빛나는 정관모 교수는 "지난달 아내가 고희(古稀)를 맞았는데 이를 기념해 가족전시회를 개최하게 됐다"며 "미술 가족이나 음악 가족은 더러 있지만 우리처럼 세부 전공까지 같은 사람들이 전시회를 함께 여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각자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지만 이번 가족전시회를 통해 그 깊이가 더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언제라고 말할 순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도 가족전시회를 열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발륜의 'reminiscent'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