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국산" 해외브랜드 국내공장 신설…마지노선 침투

담배강국 시장 쟁탈전 치열
"나도 한국산" 해외브랜드 국내공장 신설…마지노선 침투

경남 사천 사남면 유천리 진사 지방산업공단에 위치한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BAT) 코리아 담배제조공장.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새로 단장한 3만2,000평 규모의 공장 내부엔 연산 5억 갑을 생산하는 원료가공시스템을 포함 최첨단 설비 8개 제조라인에서 하얀 담배개피를 쉼 없이 만들어내고 있었다.

전세계 담배 인구 7명중 1명꼴로 BAT 애연가라는 시장점유율에서 보여주듯 국내에서 BAT 던힐 브랜드 담배를 피우는 인구는 올해 2월 기준 12%에 달하고 있다.

외국산 '양(洋) 담배'라는 이유로 담배시장에서 차별적이고 배타적인 대우를 받아온 브랜드치곤 최근 2년간 국내시장에서의 약진은 눈부실 정도다.

2006년 국내 시장 점유율 20%를 목표로 하고 있는 BAT코리아는 3월 들어 마침내 '메이드 인 코리아'던힐 라이트 브랜드 담배를 내놓고 보수 끽연가들에게서 '애국심'이라는 빗장을 허무는 작업에 나섰다.

흰색 바탕에 빨간색 던힐 트레이드 마크가 선명한 고급 담배값 뒤편에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표시가 들어가 있는 것을 끽연가들이 애써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국내에서 생산한 담배값 속에는 따로 흰색 종이로 'BAT의 엄격한 기준에 의해 한국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는 별도의 광고가 들어가 있다. 바로 던힐 제품은 이제 더 이상 외산 담배가 아니라 한국산이라는 출신 성분 선언을 하고 나선 셈이다.

외산 담배의 시장점유율이 20%를 넘나들면서 더 이상 시장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KTG(한국담배인삼 공사)와 외국담배회사간의 시장 쟁탈전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마케팅 강화에만 전념해 온 외국 담배회사들이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을 본격적으로 출시하면서 그 경쟁은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말보로'를 생산하는 필립 모리스 코리아는 BAT에 앞서 이미 지난해 말부터 경남 양산의 담배공장에서 연간 약 4억갑의 규모를 생산하는 공장을 완공, 현지 생산에 나서고 있으며 영업조직을 더욱 강화하고 소비자 만족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외산 담배의 시장점유율은 전체시장의 21.2%, '던힐 라이트'의 BAT가 10.6%로 가장 높았고, 필립모리스는 5.7%, '마일드 세븐'의 일본 JT는 4.2%를 차지했다. 최근 들어서는 품질이 뛰어나면 '조금 비싸더라도 괜찮다'는 인식을 가진, 고가의 프리미엄 담배를 선호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프리미엄급 담배시장에서 벌이는 시장 쟁탈전이 눈길을 끈다.

BAT의 존 테일러 사장은 3월6일 "'메이드 인 코리아' 던힐 제품은 첫 공정에서 마지막까지 300번이상의 품질 확인 과정을 거쳐 소비자들에게 제공된다"며 "BAT 코리아의 품질분석 결과는 자사의 실험실을 인증하는 영국의 BAT 연구개발실 수준과 동등하다"고 제품에 대한 품질의 신뢰도를 강조했다.

BAT는 현지화 전략을 위해 담배원료 확보 및 담배제조에 이르는 생산 설비의 첫 단계에서부터 실시간 온라인 품질 관리 시스템을 적용했다.


마케팅 전략도 가지자기

KTG는 고가의 프리미엄 담배시장을 외산 담배가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 마케팅 타깃인 중저가 시장 공략에서 탈피, '저타르'의 새로운 프리미엄 제품들을 잇따라 내놓으며 새 시장 개척에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민영화 작업을 완료하고 조직 재정비를 통해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KTG는 제품 품질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KTG는 지난해 11월 타르 함량이 각각 2mg, 3mg인 '시즌스'와 '레종'을 출시한데 이어 12월에는 시장 점유율 1위인 에쎄의 타르 함량을 30% 가량 줄인 '에쌔 라이트'를 내놓으면서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이와함께 KTG는 3월말 기존 슬림과 초슬림 형의 중간 사이즈로 100mm보다 다소 짧은 길이의 신제품 '클라우드9'을 내놓고 프리미엄 시장 경쟁에 한층 불을 지필 태세다. 현재 '시즌스'와 '레종'은 시장 점유율에서 급성장을 보이고 있고 '에쎄 라이트'는 단독 브랜드 제품 중 시장 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필립 모리스 코리아도 지난해 11월 타르 함량이 각각 4mg, 1mg인 은색과 푸른색 포장의 '라크' 2종을 출시하면서 순한 담매 경쟁에 합류했다. BAT 역시 '켄트1㎎ 라이트'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 밖에도 2000년 KTG가 판매하던 '오마 샤리프'의 상표권을 인수, 새로운 얼굴로 등장한 프랑스-스페인 합작회사 알타디스는 국내 소비자들에 淪?브랜드 친숙도를 높이기 위해 신제품 'OS스페설'을 앞세워 인지도 넓히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7월 시행된 제조물책임(PL)법에 따라 올해부터 출고되는 담뱃갑에 타르 및 니코틴 함량의 표기가 의무화되고 순한 담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담배 제조사들의 순한 담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판매 영업 싸움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유흥업소에서 담배를 판매하지 못하고 된 이후 한 동안 서울 강남 도심을 중심으로 카페타 룸살롱 앞에서 담배를 낱개로 별도 판매하는 '담배돌이'가 성행하던 때와는 또 다른 양상의 치열한 판매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최근엔 담배 판매상들에게 냉장 진열장과 향기 진열장 등을 설치해주는 독특한 마케팅 기법도 등장하고 있다.

박원락 KTG 과장은 "외국 담배회사들이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생산 판매하면서 이제는 한국산 이라는 프리미엄도 사라지고 있다"며 "담배 소비자들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담배의 품질과 마케팅 기법만이 승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면서 담배 시장 쟁탈전은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곽수호 BAT 코리아 차장도 "프리미엄 시장이 정착된 상황에서 한층 품질에 대한 관리가 요구되고 있다"며 "시장 점유율 경쟁은 향후 3~4년이 큰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3-10-0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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