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뇌삼 재배 도전 '부농 심봤다'심마니들 견제에 직접 발품팔아 연구 또 연구끝에 결실

농림부 선정 ‘신지식 농업인’ 박동준
장뇌삼 재배 도전 '부농 심봤다'
심마니들 견제에 직접 발품팔아 연구 또 연구끝에 결실


장뇌 100만 백리를 재배해 올초 농림부로부터 '신지식 농업인'으로 선정된 박동준씨(맨 오른쪽)

누구에게나 시작은 있다. 시작은 언제나 낯설고 두려운 것이다. 그러나 시작의 어려움을 극복한 자에게 보상은 주어지기 마련이다. 박동준(朴東俊·59)씨도 그랬다.

지금은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일대에 장뇌삼(長腦蔘) 재배로 일가를 이뤘지만, 시작할 당시만 해도 산삼을 재배한다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다. 산삼 종자 구하기부터 장뇌삼 재배 방법을 터득하기까지 어느 것 하나 순탄한 것이 없었다. 산삼의 종자를 채취하기 위해 무조건 심마니들을 따라 다녔다. 하지만 산삼의 위치를 노출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던 심마니들이 박씨를 달갑게 대할 리 만무했다. 산삼 재배와 관련한 정보도 거의 없었다.

결국 박씨가 직접 산삼 종자를 일일이 심으면서 체득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장뇌삼을 재배한 지 14년째. 이젠 50만평 되는 장뇌삼밭에 100만 포기가 넘는 산삼을 재배하는 어엿한 부농이 됐다.

심마니들을 쫓아 다니면서 어렵게 구했던 산삼의 종자, 종군은 이제 지천으로 널려 있다. 한라산 지리산 할 것 없이 전국 방방곡곡엔 박씨가 산삼에서 채취한 종자, 종군들이 심어져 있다.

산삼이 보다 더 잘 자랄 수 있도록 인위적으로 재배하는 것이 장뇌삼이라곤 하지만 박씨는 산삼을 재배하는 데 비료를 쓰거나 농약을 쓰지 않는다. 산삼이 잘 자랄 수 있는 입지를 선정해 종자를 심어 놓은 뒤 나머지는 자연에 맡긴다. 이처럼 인공성을 배제하고 재배한 덕택에 친환경 마크 인증을 받았으며, 올 3월 농림부가 선정한 ‘신지식 농업인상’을 받기도 했다.

인삼에 비해 장뇌삼의 활용은 그다지 큰 편이 아니다. 박씨가 또 다시 새로운 일을 시작한 이유다. 현재 산학 연구 기관과 공동으로 산삼을 이용한 술, 음료수, 비누 등 생활 용품을 개발하고 있다. 산삼은 인삼에 비해 주성분인 사포닌이 훨씬 많을 뿐 아니라 삼 특유의 향도 더 강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박씨는 기대하고 있다. 내년 후반에는 산삼을 활용한 제품을 시중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박씨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장뇌삼을 가정집에서 기를 수 있도록 분재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으며, 올 8월엔 장뇌 재배 산지의 일부를 지나는 등산로를 개설해 이를 관광 자원으로 개발할 계획도 있다.

지금은 성공한 농업인으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지만, 박씨의 원래 직업은 200명 정도 되는 직원을 식구로 둔 유통업체 경영자였다. 건강 악화로 사업을 그만두고 산삼을 구하는 과정에서 이곳 남양주시 수동면으로 오게 됐다. 그에게 산삼은 건강도 찾아주고 새로운 삶을 살게 해준 보물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농업을 저부가가치 산업이라 생각해 기피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자연을 잘만 활용한다면 억대 부농이 되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정영화 객원기자


입력시간 : 2004-07-07 13:24


정영화 객원기자 hollyjeo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