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거래 분쟁, '법대로' 앞서 '중재'를출범 35년, "비공개 원칙 탓 상거래 당사자 인식 낮아 안타까워"

[인터뷰] 대한상사중재원 박삼규 원장
상거래 분쟁, '법대로' 앞서 '중재'를
출범 35년, "비공개 원칙 탓 상거래 당사자 인식 낮아 안타까워"


‘법보다 가깝고 편리한 중재(仲裁).’

국내외 각종 상거래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해결하고 예방해 국민 편익을 증진코자 1970년 설립된 대한상사중재원(이하 상사중재원ㆍ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이 내건 모토이자, 이 기관이 가진 장점의 축약이다.

하지만 아무리 가치 있고 소중한 것일지언정 곁에 두고도 모른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법이다. 이는 출범한 지 35년째를 맞는 상사중재원의 해묵은 고민이기도 하다.

“중재 과정의 비공개 원칙 탓인지 아직도 일반 국민이나 기업인 등 상거래 당사자들의 중재에 대한 인식이 낮아 안타깝습니다.”

산업자원부 차관보, 공업진흥청장 등을 역임하며 국내 산업분야 지원 행정에 30여년 몸 담았던 경력의 박삼규 원장이 지난 3월 부임 후 느낀 소회다.

때문에 박 원장이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독려하는 사업도 바로 상사중재원의 ‘대외 세일즈’ 활동이다. 요즘 이곳 사람들은 경제계나 각종 기관, 협회 등을 돌아다니며 상사중재원의 쓰임새를 널리 알리는 ‘마케팅’에 여념이 없다. 과거에는 찾아 오는 신청인들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였다면 이제는 좋은 제도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 6개월 내 판정, 재판보다 신속

분쟁의 사회적 해결 장치라는 점에서 중재는 재판과 비교될 수 있는데, 상대적으로 나은 점이 많다는 게 상사중재원 측의 설명이다.

먼저 3심제의 법원과 달리 단심제를 채택, 통상 6개월 안에 신속한 결판이 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지루하게 이어지는 법정 소송의 경우 시간적, 경제적 손실은 물론 정신적으로 지칠 수도 있지만 중재는 그 같은 손해를 최소화하는 셈. 물론 대안적(Alternative) 분쟁 해결기관으로서 상사중재원의 판정은 법원의 확정 판결과 동일한 법적 구속력을 지닌다. 뿐만 아니라 ‘뉴욕협약’에 가입한 130여 체약국 간에는 국제적인 효력도 인정받는다.

단 한 차례의 심리로 희비가 엇갈린다고 해서 신뢰도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분쟁 당사자에게 충분한 변론 시간과 기회가 보장되는 데다, 중재인을 직접 선임하거나 배척할 수 있는 권리까지 주어지기 때문이다. 법조계, 학계, 경제계, 공공단체 등을 망라한 1,000여 명의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중재인단의 존재도 갈수록 복잡해지는 분쟁의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 든든한 힘이다.

무엇이든 ‘법대로 하자’는 소송만능주의에서 벗어나 분쟁 당사자들이 ‘사적(私的) 자치’의 성숙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중재는 바람직한 제도다. 박 원장은 “중재는 이웃 간에 갈등이나 분쟁이 생겼을 때 지혜로운 마을 어른을 찾아 해결책을 찾고 수긍하던 전통사회의 미풍양속과 흡사하다”고 말했다.

중재의 적용 대상은 부동산 매매처럼 우리 일상에서 흔한 일부터 건설, 무역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국내외 거래 행위를 아우르고 있다. 명심해야 할 것은 중재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계약 체결시 “이 계약으로부터 발생되는 모든 분쟁은 대한상사중재원에서 중재규칙에 따라 중재로 최종 해결한다”는 중재 조항을 반드시 삽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분쟁이 발생한 후에 이뤄지는 ‘사후 중재합의’도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상사중재원의 충고다.

상사중재원은 중재 외에도 분쟁의 원만한 해결을 도와주는 ‘알선’과 상거래 상의 각종 문제들에 대한 ‘상담’ 등의 무료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현재 상거래 분쟁에 휘말려 고심 중이라면 “법대로”를 외치기 전에 ‘중재’를 한 번쯤 떠올려 보자. 인터넷 주소 www.kcab.or.kr / 전화 (02) 551-2000~19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4-08-04 14:45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