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강자로 거듭나다'꿈의 기술'파이넥스 공법 세계 최초 개발로 새로운 도약원가 경쟁력 세계1위, 조강 생산량 확대에 박차

强한 기업 포스코의 저력
글로벌 강자로 거듭나다
'꿈의 기술'파이넥스 공법 세계 최초 개발로 새로운 도약
원가 경쟁력 세계1위, 조강 생산량 확대에 박차


‘소리없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자사 광고 카피가 무색할 만큼, 요즘 국내 최대 철강업체 포스코(회장 이구택)의 힘찬 진군이 사방의 눈과 귀를 붙들어매고 있다.

최근 약간의 조정을 받고는 있지만, 주식시장에서 포스코의 당찬 발걸음은 여실히 감지된다. 한국 증시의 대표적인 블루칩으로서 침체된 시장을 떠받치는 동시에 얼마 전에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주가라는 수치는 기업 내실의 반영인 법. 포스코의 힘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포스코의 원가 경쟁력은 부동의 세계 1위입니다. 일본이나 유럽의 유수 철강업체들과 비교해도 훨씬 뛰어나죠. 게다가 기존의 용광로 공법을 대체할 혁신적인 파이넥스(FINEX) 공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사실에서 보듯 포스코의 기술력 역시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대신증권 문정업 연구원)


- 차세대 철강시장 선점에 유리한 고지

지난 8월 17일 포항 제철소에서는 이구택 회장 등 포스코의 주요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철강 기술의 혁명으로 불리는 파이넥스 설비 착공식이 열렸다. 파이넥스 공법은 철강 원료인 철광석과 유연탄을 중간 가공처리 과정 없이 그대로 사용해 쇳물을 뽑아내는 생산 방식으로, 철강 생산의 모태나 다름없었던 용광로가 더 이상 필요치 않은 ‘꿈의 기술’로 평가된다. 일본, 유럽 등 철강 대국의 유수 업체들도 그 동안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왔으나 포스코가 가장 먼저 상용화 단계에 들어섬으로써 차세대 철강 시장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지적이다.

파이넥스 공법은 공정 단축으로 인해 생산성을 크게 높이는 장점을 가졌다. 포스코에 따르면 같은 규모의 용광로 설비보다 투자비는 8% 가량 적게 들고 제조 원가 또한 17% 정도 싸게 먹힌다는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공해 물질의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친환경 기술이라는 점에서 파이넥스 공법은 더욱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원료의 중간 가공처리 공정이 생략되는 덕분에 황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 등의 배출량이 용광로 공법의 10% 수준 이하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비교 우위를 내세워 포스코는 파이넥스 공법의 수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의 파이넥스 공법 개발 성공은 또한 한국이 명실상부한 철강 선진국으로서 기술 자립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지난 30년간 철강 선진국의 기술 도입을 통해 발전해온 포스코가 독자적인 핵심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향후 세계 철강업계의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도 “파이넥스 기술을 가지고 외국에 진출할 경우 경쟁력은 충분할 것으로 본다”면서 인도, 중국, 러시아 등 철강 수요가 많은 국가에 대한 투자를 통해 글로벌 기업화를 적극 추진할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세계 철강업계는 전략적 제휴나 인수 합병을 통해 덩치 키우기 바람이 한창이다.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지배력을 최대한으로 높이려는 전략이다. 일례로 조강 생산량 4,280만t의 세계 1위 철강업체인 ‘아르셀로’사는 2002년 유럽의 3개국 회사들이 합병을 통해 탄생시킨 회사다. 업계에서는 철강업체들의 글로벌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조강 생산 5,000만t이나 1억t 규모의 회사가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다고 전망한다.

이런 흐름에 대한 포스코의 대응 전략은 어떤 것일까. 크게 두 갈래의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기술력의 꾸준한 향상과 생산 능력의 확충이 그것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파이넥스 공법의 개발 등으로 이미 발걸음을 뗀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문제는 후자다.

포스코는 지난해 조강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5위(2,970만t)에 머무르고 있다. 수익성, 원가 경쟁력 등 많은 지표에서 일류 철강업체로 평가받기는 하지만 ‘외형’에서는 이름값만큼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포스코가 몸집 불리기를 등한시하는 것은 아니다. 향후 10년 내에 4,200만t의 조강 생산량 체제를 갖춘다는 계획을 이미 수립해 놓은 상태다. 거점은 아무래도 초고속 경제 성장으로 철강 수요가 동반 급등 중인 중국과 인도 등의 거대 시장일 수밖에 없다.


- 저력 앞세워 인도 진출·중국 공략

실제로 포스코는 ‘인도 상륙 작전’을 물밑에서 펼치는 중이다. 호주의 자원개발업체인 BHPB사와 손을 잡고 인도 내 최대 규모가 될 연산 1,000만t 급 종합제철소 건설을 추진 중인 것. 최종 확정까지는 시일이 제법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두 회사는 인도의 해당 주정부와 투자와 관련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최대 황금 시장이다. 폭발적인 철강 수요로 인해 만성적인 수급 불안이 이어지는 중국은 그만큼 포스코에게는 또 다른 도약의 계기다. 철강업계의 진정한 글로벌 챔피언으로 올라서려면 중국 시장 공략은 필수불가결한 과제인 것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중국의 후발 철강회사들이 무서운 속도로 포스코를 추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바오산 철강’ 같은 회사는 매출 규모나 경쟁력 측면에서 포스코를 거의 따라잡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 역시 세계적인 경쟁 상대로 중국 회사들을 거론할 만큼 중국은 포스코에게 양날의 칼로 다가서고 있다.

전문가들도 포스코의 앞날에 중국 변수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대신증권 문정업 연구원은 “세계 철강업계의 각축장인 중국 시장에서의 향배가 매우 중요해졌다”며 “포스코의 경우 중국 업체들의 맹추격을 따돌리려면 생산 능력뿐 아니라 고부가가치ㆍ고품질 제품의 경쟁력을 한층 더 제고할 필요가 커졌다”고 말했다.

그 동안 포스코가 거의 독점하다시피 해온 국내 시장에서도 최근 만만치 않은 적수가 생겨나고 있다. 한보철강을 곧 인수할 현대차그룹의 INI컨소시엄이 열연강판 부문의 경쟁자로 떠오른 것이다.

이처럼 나라 안팎에서 도전에 직면하고는 있지만 포스코의 기초 체력은 이를 능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30여년 전 포항 바닷가의 황량한 모래밭을 일궈 지금의 초일류 철강회사로 성장시킨 특유의 개척 정신에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인정하는 투명한 경영 구조가 포스코에게는 있기 때문이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4-09-23 11:30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