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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와 2차 경영권 분쟁, 소버린 노림수 뭔가?
소버린측 임시주총 소집요구로 '2차도발'
최회장 이사회 배제 직접 겨냥




11월1일 소버린 자산운용 제임스 니콜라스 피터 대표가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배우한 기자



“ 소버린측에서 느닷없이 임시 주총 소집을 들고 나온 뒤로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잤습니다.”

지난 9월28일 최태원 SK㈜ 회장을 지근 거리에서 보좌하는 한 관계자가 쑥 들어간 눈으로 탄식하듯 내뱉은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최근 SK그룹은 기세 등등하게 ‘ 2차 도발’을 감행한 소버린 때문에 여간 골치 아픈 기색이 아니다.

- 지분율 14.99%의 2대 주주

소버린은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 회계 사건과 총수인 최태원 회장의 구속 수감 여파로 SK그룹 측이 홍역을 앓던 지난해 3월, 소리 소문 없이 SK그룹의 지주 회사 격인 SK㈜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여 단숨에 2대 주주로 올라섰던 외국계 투자 펀드이다.

당시 SK㈜ 주가는 분식 회계 파문 등으로 1만3,000원대에서 7,000원대로 폭락, 마음 먹고 적대적 인수 합병을 노리는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먹잇감이 됐던 터였다. 실제 M&A 업계의 한 관계자는 “ 그 때는 4,000억원 정도만 있으면 SK㈜의 경영권을 순식간에 장악할 수 있다는 소리가 공공연하게 흘러 나왔다”며 “ 무산되기는 했지만 국내 투자자 중에도 군침을 흘리고 ‘ 작업’에 나선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아 SK그룹 전체가 외부 공격에 얼마나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었는지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노련한 외국계 투자 펀드 소버린은 바로 이 같은 SK의 허점을 비집고 들어온 것이다. 소버린이 당시 보름 남짓한 짧은 기간에 집중 매집한 SK㈜ 주식 물량은 약 1900만주로 평균 매수 단가는 9,300원선. 이를 통해 확보한 지분율은 14.99%에 이르렀다.

하지만 당시 SK그룹 측은 경영권에 심대한 위협이 될 소버린의 주식 매입 작전을 혼란스러운 내부 사정으로 인해 전혀 알아채지 못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소버린이 SK㈜ 주식 거래량이 폭증한 시기에 야금야금 매도 물량을 사들였던 탓도 크다. 그만큼 SK㈜를 손에 넣기 위한 소버린의 사전 준비가 상당히 치밀했다는 것이다.

주식 5% 이상 보유자는 1% 이상 지분율 변동시 5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해,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돕는 이른바 ‘5% 룰’ 제도 역시 소버린의 공세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워낙 전광석화처럼 주식을 매집한 까닭에 신고한 이후에는 SK측의 적절한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것. SK측은 또 주식 매집의 목적에 관해 경영 참여 등의 속내를 숨긴 채 단순히 ‘ 수익 창출’이라고 밝힐 경우, 별다른 견제 수단이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 SK㈜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데다 지난해 3월에는 SK글로벌 사태의 여파로 더욱 떨어졌고, 또한 오너의 지분이 다른 국내 대기업에 비해 미미하다는 점 등이 소버린의 공격 타깃이 된 이유로 보인다”면서도 “ 국내 증시 관계 법령이나 투자 환경의 허술한 부분도 이들이 손쉽게 SK㈜를 흔들게 하게 한 중요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 투자이익 극대화 노린 계산된 도발?

SK㈜의 2대 주주로 올라선 소버린이 본격적으로 ‘ 야심’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 정기 주총을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소버린은 주주 제안을 통해 이사의 수를 5인 이상 10인 이하로 하는 한편 사외 이사를 그 절반 이상으로 한다는 내용과 함께, 자신들이 추천하는 사내ㆍ사외 이사의 명단까지 발표했다.

사실상 ‘ 경영권을 내놓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요구였다. 결국 정기주총에서 표 대결을 벌인 끝에 소버린의 경영권 양도 요구는 수포로 돌아 갔지만, 시장에는 미묘한 결과를 낳았다. SK㈜ 주가의 지속적인 오름세가 바로 그것이다.

최태원(왼쪽 세번째) SK회장 등이 10월 29일 베이징에서 열린 SK중국투자 유한공사 현판식에서 축하케익을 자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이기기 위해 우호 지분 확보가 절실했는데, 이를 실행하는 과정이 주가 부양의 효과로 이어졌다. 투명 경영과 윤리 경영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나서는 한편 배당 성향을 높이는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자연스레 주가가 오름세를 탄 것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증시 전문가들 상당수는 소버린의 SK㈜ 경영권 흔들기가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투자 이익 극대화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 25일 최태원 회장의 이사회 배제를 직접 겨냥한 정관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한 ‘ 2차 도발’ 직후 SK㈜ 주가는 또 다시 상승세를 타 6만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소버린이 지난해 주식을 매입할 당시 평균 단가가 9,300원선이고 보면 이미 5배 이상의 엄청난 차익을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시중에는 소버린이 15만원대의 주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그럴 듯한 풍문도 돌고 있는 형편이다.

- "일전불사" SK 정면돌파 시사

하지만 SK그룹 측은 소버린의 이번 도전에 대해 ‘ 이전처럼 호락호락하게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세워 놓고 있다. 한 관계자는 “ 지난 정기 주총 때 소버린의 반란으로 홍역을 앓은 이후 최태원 회장은 나부터 잘 하면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가시적인 경영 혁신 조치를 취해왔다”며 “ 그런데도 소버린이 누가 봐도 뻔한 의도로 뒤통수를 때리니 이제 정면 돌파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 정면 돌파의 수단에는 소버린의 실체를 까발려 여론의 우위를 점하는 방법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SK그룹 측은 소버린이 투자했던 외국에서 이들의 행적을 입증할 단서들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도 소버린의 느닷없는 임시주총 소집 요구에는 간단치 않은 ‘ 계산’이 깔려 있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김선웅 소장은 “ 내년 주총 때 최대 이슈는 임기가 만료되는 최태원 회장의 재선임 안건”이라며 “ 소버린은 최 회장의 대표이사 부적격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켜 이사회에서 배제하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또 “ 소버린이 경영권을 노리는 건지, 주가 차익을 노리는 건지 진짜 속내를 파악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최태원 회장을 적대시하며 누가 봐도 이해 못할 무리수를 자꾸 둠으로써 장기적으로 기업에 도움이 안 되는 일을 벌이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소버린측은 정관 개정안의 핵심인 ‘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수 있는 형사범죄 혐의로 기소된 이사의 경우 형의 선고가 확정될 때까지 이사로서의 직무수행을 정지하고,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가 확정된 이사의 경우 그 직을 상실케 하여 주주 이익을 보호한다’는 내용에 대해 기존의 원칙적인 입장을 재확인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소버린의 국내 홍보를 대행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 이번 주총 소집 요구의 시기와 의도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시선도 있는 것으로 알지만, 소버린측은 이사의 자격 조건을 선진 기업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입력시간 : 2004-11-0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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