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가격 현실화 절실하다"적자기업 알짜백ㅣ로 탈바꿈 시키는 벤처 캐피탈 업계의 귀재"기사 헐 값에 여기저기 파는 신문사 행태 고쳐져야"

[화제의 인물] 김신천 스투닷컴 대표이사
"콘텐츠 가격 현실화 절실하다"
적자기업 알짜백ㅣ로 탈바꿈 시키는 벤처 캐피탈 업계의 귀재
"기사 헐 값에 여기저기 파는 신문사 행태 고쳐져야"


“다음에, 좀 더 열심히 산 다음에 인터뷰하면 안 될까요?” “통화할 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젊으십니다”에 대한 그의 첫 마디였다.

약속을 잡아 놓고도, 막상 가까워 오니 여러 가지가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그렇게 슬쩍 뿌리치려는 그에게 “정 그렇다면, 커피 한 잔만 마시고 일어서겠다”는 약속(?)으로, 그를 자리에 다시 붙들어 앉히는 것으로 그와의 긴 이야기는 시작됐다.

김신천(37) 삼우통신 인터넷 사업 부문(스투닷컴ㆍstoo.com) 대표 이사. 마흔이 채 못 된 나이로 저만한 직함을 가진 그는 이미 벤처 캐피탈 업계에서는 귀재로 알려진 인물이다.

신화 속 마이더스의 손이 부럽지 않았다. 적자에 만신창이가 된 기업들이 그의 손을 거치기만 하면 알짜기업으로 거듭났다. 지금은 이 업계에서 손을 놓고 있지만, 그를 따라 다니는 수식어는 살아 있다. ‘벤처 캐피탈 업계의 살아 있는 신화.’

상장시킨 기업만도 열 손가락으로 꼽기가 버거울 정도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은 국내 최고를 넘어, 세계 최고의 온라인 게임사로 발돋움하고 있는 엔씨소프트. 창업 투자사로 있던 1999년 당시 10억원을 투자해 15배의 수익을 올리고 휘청대던 벤처 기업을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끌어 올렸다. 이후 시큐어소트프 투자에서는 20배의 장외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돈을 벌자" 주식투자에 눈돌려
독특한 투자 안목의 뿌리는 대학교 2학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애당초 그의 꿈은 사학과에 진학해 강단에 서는 것. 그러나 그 꿈도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 끝까지 고집을 부릴 수는 없어 결국 경제학과(고려대 87학번) 입학으로 접어야 했다. 날개 꺾인 새의 눈에 세상이 바로 보였을 리는 만무한 법.

그러나 때 마침 불어 닥친 ‘돈 바람’은 그를 분발시켰다. 학원에서조차 부와 권력이 손잡고, 성적표에서 부정 입학까지 목격한 그 청년은 돈을 벌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수단이 바로 주식 투자였다. 악착같이 들러 붙어 연구하고 분석해서 벌어 들였다. 주식 투자를 시작한 해에 그는 ‘2학년짜리 대학생’ 신분으로 자가용 승용차를 몰았고, 졸업 때에는 강남의 48평 아파트 주인이 될 정도였다. 기업을 보는 눈도 그만큼 넓혀 졌다. “돈 때문에, 제 자신이 경쟁에서 부당하게 제외는 일은 없어야 겠다고 생각했던 거죠.”

숱한 기업들을 수렁에서 건져 올리며 그렇게 ‘잘 나가던’ 김 대표의 삶에 굴곡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도와 준다는 명목으로 몇몇 회사에 투자하고 자금을 대줬는데, 1997년 IMF를 맞으면서 그 기업들이 죄다 부도 처리된 게 아니겠습니까. 그 정도에서 그쳤다면 그냥 그러려니 할 수도 있었겠죠. 보증을 섰던 게 화근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개인 재산을 모두 날리는 것으로도 모자라, 빚이라고는 모르고 살아 온 그가 수억의 빚까지 지면서 사글세방으로 쫓겨나기도 했다.

“말 못하죠, 그 때 그 어려움이란. 그래도 원망 없이 따라주고 말없이 참아준 아내, 조건 없이 도와 줬던 분들께 평생 감사하면서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과의 인연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끝까지 지켜나간다는 삶의 신조가 더욱 다져진 시기이기도 했다. “주변에서 오지랖이 너무 넓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정에 약합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나 9년을 사귀다 결혼한 사람이 제 집사람이라는 점도 그 때문이겠죠.”

1995년부터 99년까지 동부그룹에서 동부창업투자 투자심사역을 거친 그는 I&D 창업 투자 투자 총괄 수석심사역(99~2002년초), 교원공제회의 자회사인 교원나라벤처투자에서 투자총괄본부장 등을 거친 후 그의 인생은 반전했다. 유망한 기업을 발굴해 자금을 지원하고 수익을 올려 주며 항상 ‘병(兵)’의 입장이던 그가 손수 기업을 운영하면서 이윤을 내야 하는 CEO가 된 것.


적자회사 업계 거목으로 키워내
구체적으로는 2003년 5월 스포츠연예일간지 스포츠투데이의 웹사이트 ‘디지털스포츠투데이(스투닷컴)’의 대표 이사로 취임하면서다.

“작년 초 디지털스포츠투데이(스투닷컴) 대표 제안을 받고 참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당시 그 회사는 온라인 배너 광고 매출에 의존해 직원 30여명으로 매월 적자를 면치 못 하던 회사였죠. 그 전까지 ‘지원 사격’으로 남의 회사를 키우던 제가 리더십을 발휘, 어떻게 손수 기업을 이끌면서 이윤을 낼 수 있을지 막막했습니다.” 그러나 외부에서 수혈된 그 젊은 피 덕에 스투닷컴은 경쟁지의 온 라인 사이트들이 벤치 마킹할 정도로 업계의 거목으로 커 나갔다.

스투닷컴은 김포에 통신 장비 생산 공장 두고 있는 삼우통신의 인터넷 사업부문의 간판 업체다. 스포츠연예뉴스 공급은 물론, MIP(Master Information Provider) 및 온 라인과 모바일상의 게임 판매 사업을 총괄하고 이윤을 창출해 나가는 프로모터(promoter)와 어그리게이터(aggregator)역을 수행하면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온 라인 미디어 기업이다. ‘미래 온라인 비즈니스의 핵심은 게임’이라는 기치 아래, ‘라스트 카오스’(12월 중 온 라인 서비스 예정) 등의 게임 사업에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스투닷컴측에 따르면 ‘라스트 카오스’가 유료화되는 내년 1/4분기에는 월 매출 20억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내다 보고 있다.

대표직에 오른 그가 맨 처음 메스를 들이댄 곳은 광고. 주수입원이었던 배너 광고였다. “하루 1백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사이트 치고는 거기에 걸린 광고의 질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판단했죠.” 대부업이나 성인 광고가 매출의 50%에 육박하고 보니, 오히려 건전한 대기업 광고가 유치되지 않을 법도 했다.

그의 첫 ‘수술’은 대성공이었다. 2003년 업계처음으로 주수입원이던 성인 광고를 없앴지만 광고 수입에는 큰 변화가 없었고, 2004년 들어서는 대부업 광고까지 걷어 내자 고가의 대기업 광고들이 눈에 띄게 늘었던 것. 소탐대실이란 무엇인지를 똑똑히 확인한 경쟁사들도 광고주에 대해 대대적인 물갈이를 했거나 그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김 대표의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연예스포츠지는 곧 저질’이라는 통념에서도 스투닷컴과 스포츠투데이는 멀찍이 물러서 있다. 10월 한국대학신문이 실시한 ‘한국대학신문 언론 선호도 조사’ 결과는 그 같은 사실을 입증해 보인다. 스포츠투데이가 스포츠지 부문에서 2위 스포츠조선(19.9%)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1위(41.4%)를 차지했고, 스투닷컴 사이트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업계 1위로 군림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의 성과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미디어 포털들이 자행했던 컨텐츠의 무분별한 송출에 대한 오류를 인식시켜 수억, 수십 억을 들여 생산한 컨텐츠 가격을 현실화하면서 적자였던 수지가 작년 3/4분기 이후에는 흑자로 전환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그는 또 코스닥등록업체인 삼우통신공업㈜을 인수해 인터넷 사업 부문으로 스투닷컴을 양수도하면서 스투닷컴을 이 코스닥 시장에 올리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스투닷컴은 분명 온 라인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오프 라인의 종이 신문과의 뗄 수 없는 관계 때문에 그의 생각은 국내 언론계 일반으로까지 미친다. “최근 언론사들의 경영 난국이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좁은 시장에서 뚜렷한 경영 마인드 없이, 비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으로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언론사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는 게 국내 언론계의 현실입니다. 올해도 굿데이 부도처럼 굵직한 사건이 하나 있었지만, 내년에도 쉽게 예상해볼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보 전달이 언론사의 본 기능이긴 하되, 수익 모델 등 기업 경영 측면에서 대안 없이 운영되고 있는 현 상황은 오히려 사실을 사실대로 보도할 수 없고, 권력의 파수꾼이라는 본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언론사가 무조건적으로 수익 창출쪽으로 포커싱하는 것도 문제지만, 최소한의 호구지책은 갖췄을 때 언론의 기본 기능에도 충실할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경기 침체가 장기화로 오프라인 매체들의 광고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광고 매출이 위축된 현실이 주는 압박은 스투닷컴과 같은 온 라인 매체도 마찬가지. “마케팅 솔루션 개발 등으로 배너 광고의 경우, 양적인 부분보다 질적인 면을 향상시키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온 라인이든 오프 라인이든 언론사도 하나의 기업이기 때문에 광고 위주의 수입체계에서 벗어나 보다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으로의 변신이 요구된다고도 강조했다.

“우리 회사의 경우, 관계사인 오프 라인(스포츠투데이)과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해서 온 라인상의 붐이 오프 라인 매체의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력투구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스포츠투데이 뿐만 아니라 매월 고가를 들여 만든 기사를 헐값에 여기저기 갖다 파는 신문사들의 행태도 반드시 지양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오류를 언론사 모두가 공유해서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현재의 어려움을 돌파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도 김 대표는 덧붙였다.


"벤처는 국가경쟁력의 영원한 테마"
원래 역사학자를 꿈꿨던 그의 꿈은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사업을 통해 번 돈을 갖고, 사회 사업이나 교육 사업을 펼치는 것.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는 벤처가 국가 경쟁력의 영원한 테마일 수 밖에 없습니다.”그의 현실 인식은 바로 그 같은 위기 의식에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그 같은 인식 아래, 그가 보는 바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사업’이란 무엇일까? “가능성 있는 벤처 기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일, 그리고 그 투자 후에는 마케팅 등 경영 전반에 걸쳐 성공에 필요한 다양한 지원은 물론이고 본 궤도에 오르기까지, 벤처 캐피탈이 필요합니다.” 얼마가 걸릴지 모르는 시간을 기다릴 줄 아는 안목을 사업의 요체로 간주한다는 좌우명으로 이어지는 말이었다.

정민승 인턴기자


입력시간 : 2004-12-08 22:52


정민승 인턴기자 prufrock@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