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같은 맛의 세계로 초대합니다"위스키의 맛과 품질 책임지는 마스터 블랜더시바스 리갈 18년산 홍보차 내한

[인터뷰] 위스키의 장인, 마스터 블렌더 콜린 스캇
"마술같은 맛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위스키의 맛과 품질 책임지는 마스터 블랜더
시바스 리갈 18년산 홍보차 내한


위스키는 시간과 정열이 혼합된 술이다. 원료를 오랜 시간 숙성시켜야 할 뿐더러, 그 배합에 남다른 혼신의 노력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위스키는 그런 까닭에 아무나 제조할 수 없는 술이기도 하다. 극소수의 장인(匠人)들만이 진정한 위스키를 만들 수 있는 자격과 권능을 지녔다.

마스터 블렌더(master blender). 바로 위스키 제조의 장인들을 일컫는 호칭이다. 전 세계에 약 200명밖에 없을 만큼 희소하고 특별한 사람들이다. 그 중에서도 시바스 브라더스사의 콜린 스캇(Colin Scott)씨는 업계에서 ‘전설’로 통하는 거장이다. 그런 그가 1월 18일 자신만의 위스키 제조 비법을 살짝 공개했다. 시바스 브라더스가 최근 출시한 야심작 시바스 리갈 18년산의 국내 홍보를 위해 방한한 자리에서였다.

시바스 리갈 18년산은 시바스 브라더스의 브랜드 이미지를 보다 젊고 활기차게 바꾸기 위한 전략 아래 탄생했다. 콜린 스캇의 섬세한 후각과 미각을 거친 것은 물론이다. 그는 모든 시바스 브랜드의 품질과 맛을 책임지는 주인공이다.

마스터 블렌더는 예술적이고 창조적인 감각과 함께 기술을 겸비해야 하는 직업이다. 위스키에 관한 경험, 코와 입으로 느낀 기억들을 제조 과정에 반영해 조화시키는 것은 결코 간단치 않은 일이다. 어시스턴트 블렌더(assistant blender)가 되는 데도 10년이라는 긴 수련 기간이 필요하다고 하니, 마스터 블렌더의 경지를 말하는 것은 새삼스러울 정도다.

콜린 스캇은 위스키를 블렌딩하는 과정을 오케스트라에 비유한다. “우리는 오케스트라가 최고의 화음을 낼 수 있도록 조정을 한다. 또한 조화로움은 항상 같은 수위로 유지되도록 한다.”

그가 지휘하는 환상의 오케스트라는 시바스 리갈 18년산에서도 유감없이 실력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강하고 자극적인 몰트 위스키와 섬세하고 부드러운 그레인 위스키가 오묘하게 배합된 결과, 초컬릿 과일 아몬드 등의 풍미가 복합된 듯한 맛이 연출됐다는 것이다.

콜린 스캇은 자신의 이번 작품에 대해 자부심을 숨김없이 나타냈다. “시바스 리갈 18년산은 슈퍼 프리미엄 위스키로서의 품질과 우아함을 지녔다. 개인적으로는 마술과 같은(magical) 맛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그의 작품을 함께 음미하면서 애주가들의 궁금증을 대신해 물어 봤다.

"위스키의 품질은 블렌딩이 결정"

-한국의 위스키 애호가들은 12년산이다, 18년산이다, 30년산이다 하면서 숙성 기간에 대한 집착이 강한 편이다. 과연 숙성 기간이 위스키의 등급이나 품질을 결정하는 유일한 기준인가.
“12년산이라 함은 블렌딩에 쓰인 위스키의 성분들이 예외없이 12년 이상 숙성된 것들임을 나타내는 말이다. 18년산의 경우에는 18년 이상 숙성된 성분들로 위스키가 만들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12년산이 18년산에 비해 등급이나 품질이 낮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위스키의 품질은 어떤 성분과 재료를, 얼마나 잘 블렌딩 해내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위스키가 숙성되는 오크 나무통 역시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따라서 무작정 숙성 기간이 오랜 위스키만을 선호하는 것은 그릇된 인식에서 온 편견인 셈이다.”

-신제품 위스키를 개발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얼마나 되나. 시바스 18년산을 예로 들어 설명해 달라.
“신제품 위스키를 시장에 내놓는 데 걸리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시장 조사와 분석, 홍보 활동 등의 기간을 제외하더라도 시바스 18년산의 경우 개발 기간은 2년 가까이 걸렸다. 그만큼 소비자의 입맛을 매혹시킬 수 있는 위스키를 만드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것이다.”

-위스키를 마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있는가.
“위스키를 마시는 데 왕도는 없다. 정해진 방법도 없다. 각자의 느낌과 기호대로 마시는 것이 가장 훌륭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스트레이트로 마실 수도 있고, 얼음을 넣어 마실 수도 있고, 물을 섞어 마실 수도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물을 섞어 마시는 것을 즐기는 편인데, 맛도 한결 더 순한 데다 찰랑거리는 위뵀걋?풍성한 물결을 눈으로 음미하는 즐거움도 제법 있기 때문이다.”

-맥주를 섞어 마시는 것은 어떤가. 한국 사람들은 ‘폭탄주’를 유달리 즐기는 편이다. 어떤 사람들은 위스키를 제대로 즐길 줄 모르는 사람들이나 하는 음주 습관이라고 지적하기도 하는데.
“아, 밤 샷(bomb shotㆍ폭탄주) 말인가. 하하. 한국 사람들이 밤 샷을 즐기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나는 밤 샷도 위스키 애호가들이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음주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아까도 말했듯이 위스키를 마시는 방법은 개인의 느낌과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도 밤 샷을 마신 경험이 있다. 한국의 세계적인 산악인 엄홍길씨와 함께 한 자리에서였다.”

-한국식 폭탄주를 마신 소감은 어땠는가.
“말 그대로 폭탄과 같았다.(Oh! It was a bomb!) ”

-한국의 다른 술도 마셔 본 경험이 있는지.
“8년 전쯤 한국 주류 회사의 위스키를 마셔 본 적이 있다. 오랜 전 일이어서 정확한 브랜드 이름은 안 떠오르지만 한국인의 입맛을 알 수 있게 해준 독특함을 가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역시 위스키는 스카치 위스키가 제일이라고 믿는다(웃음). 위스키 말고도 한국의 술을 꽤 마셔 봤다. 한국인의 대중주인 소주는 나도 좋아하는 술이다(이 대목에서 콜린 스캇은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울 정도로 소주에 대해 높은 평가를 했다). 한국 맥주도 좋아하는 편인데, H맥주는 버드와이저보다 훨씬 나은 맛을 지녔다고 본다.”

-블렌디드 위스키에 대한 생각을 말해 달라.
“나는 다양하게 혼합된 맛들이 주는 즐거움이 한 가지의 맛보다 훨씬 큰 매력을 가졌다고 믿는다. 때문에 마스터 블렌더로서 최상급의 위스키들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 늘 고민하며 도전하는 마음으로 산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5-01-27 15:01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