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부동산·금 등 실물자산에 간접투자, 유가증권 대신할 투자처로 부상

마이너스 금리시대 재테크 전략 '실물 펀드'가 돈 된다
선박·부동산·금 등 실물자산에 간접투자, 유가증권 대신할 투자처로 부상

실질 금리 마이너스 시대가 완전히 자리잡으면서 시중 자금이 새로운 투자처 발굴에 골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선박, 부동산, 금 등의 실물 자산에 간접 투자하는 실물 펀드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시행됨에 따라 첫 선을 보였던 실물 펀드는 선박과 부동산 펀드 등이 잇따라 히트를 치면서 주식, 채권 등 유가 증권을 대신할 만한 유력한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자산운용 전문가들은 3%대의 저금리 추세에도 불구하고 연 6~7% 정도의 비교적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실물 펀드가 갈수록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없어서 못 파는 '선박 펀드'
선박 펀드는 투자자들에게서 모집한 재원으로 사들인 배를 해운 회사에 빌려준 뒤, 그 임대료 수입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방식으로 설계된 실물 펀드이다. 최근 해운 업계의 활황을 등에 업고 출시된 선박 펀드는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며 판매되고 있다.

선박 펀드는 연 6%대의 고수익 외에도 상당한 절세 효과까지 가진 상품이다. 3억원 이하의 배당 수익에 대해서는 2008년 말까지 전액 비과세되는 데다 3억원을 넘는 배당 수익은 분리 과세가 되는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 큰 돈을 굴릴 수 있는 고액 투자자들의 귀가 솔깃해질 만한 대목이다.

투자 기간이 주로 10년에 달하는 장기 상품이라는 단점도 있으나, 거래소 상장을 통해 이를 보완했다. 즉 일정한 절차를 거쳐 거래소에 상장시킨 후 보유분을 매매할 수 있기 때문에 환금성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 상장된 선박 펀드들의 주가 상승률이 높게 나타난 것도 매력적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상장된 선박 펀드들은 대체로 액면가 대비 주가 상승률이 7%를 넘어선다. 전문가들은 선박 펀드 공모 때 치열한 경쟁 탓에 원하는 만큼의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거래소를 활발하게 이용하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선박 펀드가 투자자들의 인기를 끌면서 새해 들어서도 신상품이 줄줄이 출시될 예정이다. 국내 최초로 선박 펀드를 만들어 시장에 선보였던 대우증권은 1월 20일과 21일 이틀간 향후 10년 동안 연 6.15%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동북아 8호 선박투자회사’ 펀드를 122억원 규모로 공모했다. 또 현대증권은 1월 26~27일 ‘아시아퍼시픽 제9호’라는 이름으로 133억원 규모의 선박 펀드를 공모한다. 이 상품은 10년 만기에 연 6%의 고정 수익률을 내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박 펀드가 뿌리를 내림에 따라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신상품을 출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물 펀드 대표주자 '부동산 펀드'
부동산 펀드 역시 쾌속 순항 중인 실물 펀드의 대표 주자다. 지난해 20여 종류의 상품이 시장에 나와 6,000억원 이상 팔려 나간 데서 알 수 있듯 부동산 펀드는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우회 공략하는 유력한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부동산 펀드의 등장은 그 동안 리츠(REITsㆍ부동산 투자회사) 중심으로 이뤄졌던 부동산 간접 투자 시장을 폭발적으로 늘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현재 리츠를 포함한 전체 부동산 펀드의 판매 규모는 대략 1조7,000억원 대로 지난해 6월말에 비해 거의 1조원이나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간접 투자 시장이 부동산 펀드에 힘입어 급신장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관련 세제의 강화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 부동산 펀드 등을 통한 간접 투자는 지속적인 인기를 누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은행 금리를 훨씬 웃도는 연 7%대 이상의 고수익률 역시 거액 자산가들의 부동산 펀드에 대한 투자 심리를 자극하는 중요한 요소다. 실제로 지난해 말 한 은행이 100억원 규모의 강남 주상복합 아파트 투자 펀드를 내놓자 불과 2시간 만에 상품이 매진되기도 했다.

거액 자산가들만 부동산 펀드에 가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액 투자자들도 얼마든지 투자 대열에 동참할 수 있다. 부동산 펀드는 대개 1백만원 정도의 소액으로도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직접 투자와 달리 증시에 상장할 수 있는 특징을 지녀 환금성이 높다는 점도 부동산 펀드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대목이다.

부동산 펀드가 인기를 얻자 경매와 공매에 참여하는 펀드도 생겨났다. 현대증권이 국내 최초로 만든 경매 펀드인 ‘현대 경매부동산 투자회사 1호’가 바로 그것이다. 1월 24일부터 판매에 들어간 이 펀드는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돈으로 경매나 공매 시장에 나온 부동산을 사들여 일정 기간 운용한 뒤, 거기에서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돈 되는 모든 분야가 투자처
실물 펀드의 투자 대상은 사실상 제한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가격을 매길 수 있고 돈이 된다면 어떤 분야든 실물 펀드의 투자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선박뿐 아니라 향후로는 곡물, 원유 등의 해외 자원과 엔터테인먼트 산업 쪽으로도 실물 펀드의 영역이 넓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정부도 실물 펀드 바람을 거들고 나섰다. 기관 투자자나 개인 투자자들이 공모 방식의 인프라 펀드를 설립하여 민자 사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사회간접자본 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 시행령 개정안을 1월 17일 입법 예고한 것이다.

개정안이 각계 의견 수렴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오는 3월부터 시행되면 도로나 항만 같은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간접 투자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인프라 펀드가 순조롭게 정착한다면 건설 경기가 살아날 뿐 아니라 투자자들에게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기여할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5-01-27 15:05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