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과 '선진 경영기법'의 접목, 공동 마케팅 전략으로 윈윈 효과 거둬

LG전자와 '총각네 야채가게' 업무 제휴 효과 만점
'즐거움'과 '선진 경영기법'의 접목, 공동 마케팅 전략으로 윈윈 효과 거둬

대한민국 굴지의 가전업체가 채소, 과일 등을 파는 야채가게와 전략적 업무 제휴를 했다. 사람들은 이 소식에 언뜻 의아함을 떨칠 수 없었다. ‘대기업이 뭐 아쉬울 게 있다고 조그만 야채가게와 손을 잡을까?’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선택에는 역시 뭔가가 있었다. 양측은 요즘 찰떡 궁합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4일 세간에 화제를 뿌리며 마케팅ㆍ유통 부문의 포괄적 업무 제휴를 맺었던 LG전자(대표이사 김쌍수 부회장)와 총각네 야채가게(대표이사 이영석 사장ㆍ이하 총각네)의 동거 실험이 성공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 두 회사가 최근 밝힌 그 동안의 제휴 실적을 보면 양측의 선택은 절묘한 윈윈 전략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당초 두 회사의 제휴는 LG전자의 적극적인 구애로 이뤄졌다. 야채가게로 대박 신화를 쓴 총각네의 독특한 기업 문화에 LG전자 측이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것. 특히 총각네를 직접 방문한 김쌍수 부회장은 신선한 야채뿐 아니라 ‘즐거움’을 함께 판다는 이들의 발상에 크게 매료돼 “우리 가전 매장도 전부 총각네처럼 만들어라”며 특별 지시를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프라자 대방점 공동 매장으로 개조
두 회사는 제휴를 맺은 직후 우선 LG전자의 직영점인 하이프라자 서울 대방점을 공동 매장으로 개조해 문을 열었다. 양측 모두 주부가 주고객층이라는 점에 착안, 서로 손님을 주고 받는 등 시너지 효과를 노리자는 공동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었다. LG전자로서는 매장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총각네 직원들의 남다른 고객 응대 방식을 배울 수 있도록 한다는 또 다른 기대감도 있었다.

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공동 매장을 운영한 지 두 달여가 지난 2월말까지 성적표가 이를 말해준다. LG전자에 따르면 하이프라자 대방점은 지난 1~2월 두 달간 약 4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이상의 판매 신장을 달성했다. 올 들어 내수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총각네와의 동거가 매출 증가에 상당히 기여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는 물론 대방점 직원들의 고객 응대 방식이 바뀐 게 큰 몫을 했다는 평가다. 직원들은 처음엔 왁자지껄하고 활기찬 총각네 야채가게의 분위기에 다소 적응하기 어려웠으나, 이내 그들에게 동화됐다. 아침 조회 때 매장 안을 속보로 몇 바퀴 돌며 활력을 충전한다든지, 매장 밖으로 나가 출근길의 행인들에게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를 하는 등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미소 짓기 운동, 제품 특성 알아맞히기 릴레이 등도 근무 방식에 불어온 새 바람이다.

하이프라자 대방점 강영준 주임은 “가장 달라진 점은 직원들의 마인드 변화”라며 “그 결과로서 고객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를 하고 제품 설명도 더욱 친절하게 하는 등 적극적인 영업 방식이 몸에 익게 됐다”고 최근 매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제휴에 깊숙이 관여 중인 LG전자 정호선 부장도 “총각네는 주부 고객들을 어머니로 부르며 살갑게 대하거나 늘 즐겁고 활기찬 매장 분위기를 연출한다”며 “이런 영업 컨셉트를 받아 들인 우리 직원들의 행동 양식과 마인드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총각네도 만만치 않은 소득을 얻고 있는 중이다. 당초 총각네는 비(非)강남권에 처음 점포를 연다는 사실에 대해 적잖이 부담을 느꼈다. 신선함과 즐거움을 무기로 강남권 주부들을 공략하는 데 성공한 바 있지만, 다소 비싼 가격이 비강남권 주부들에게는 먹히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하지만 두 달여 영업을 한 결과, 이는 기우로 드러났다. 처음에 하루 100명을 밑돌던 손님 숫자가 최근 평균 300명을 웃돌 정도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총각네 대방점 한일용 팀장은 이와 관련해 “대방동 지역의 시장성을 불투명하게 봤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우리 특유의 서비스 정신을 꾸준히 실천한 덕분인지 손님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주부가 주고객층, 매출 증가로 이어져
총각네는 비강남권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것 외에도 또 다른 과실을 얻었다. LG전자의 선진화된 경영 노하우 등을 접할 수 있?기회를 얻은 것이다. 이영석 사장은 “우리 직원들이 LG전자의 직원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할 수 있게 된 것 등은 적지 않은 소득”이라며 “앞으로도 여러 분야에서 제휴의 범위를 확대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총각네를 공동 매장에 입점시키면서 비용적인 부담도 크게 덜어준 것으로 전해졌다.

두 달여 만에 짭짤한 성과를 낸 두 회사의 공조는 한 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공동 매장을 5~6개까지 늘려 나간다는 계획인데, 우선 공동 매장 2호점이 3월 19일 서울 가양동에 들어설 예정이다. LG전자는 나아가 직영점과 대리점을 합쳐 700개를 훌쩍 넘는 전국의 가전 매장 전체에 총각네의 근무 방식과 기업 문화를 이식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각 매장의 직원들이 총각네를 자연스레 벤치마킹 하도록 공동 판촉 행사를 벌이고 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가전과 야채의 동행’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총각네 야채가게
연 매출액 200억원의 유통기업

총각네 야채가게 이영석 사장은 새벽 농산물 시장에서 손수 고른 물건을 그 날 모두 판매, 재고율을 0%로 유지하는 영업 원칙을 고집스럽게 지켜 왔다. 언제나 신선하고 질 좋은 야채와 과일만 고객에게 팔겠다는 것이다. 또한 이 사장은 직원들이 즐겁게 일하면 고객도 즐거워하고 결국 장사가 잘돼 직원들이 다시 즐거워진다는 이른바 ‘펀 사이클’(Fun Cycle) 철학에 따라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1998년 보잘것없는 5평짜리 야채가게로 사업을 시작했던 그가 불과 6년 만에 10개 점포를 거느린 연 매출액 200억원의 유통 기업을 일군 비결이다.

이 사장의 경영 방침은 총각네 야채가게 매장 어디를 가봐도 쉽사리 확인할 수 있다. LG전자와 공동으로 영업 중인 대방점도 마찬가지다. 보기에도 싱싱하고 먹음직스러운 야채와 과일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는 것은 물론, 이를 판매하는 직원들의 입담과 제스처가 고객들의 웃음을 절로 자아낸다.

“어머니, 많이 팔아주세요. 미나리 팔아 총각들 장가 밑천 마련하려고 합니다.” “야채와 과일을 사시면 총각들의 열정과 마음도 드립니다.” “신이 인간에게 내린, 아니 원숭이에게 내린 마지막 선물이 뭐죠? 바로 바나나죠.” 총각 직원들이 쏟아내는 이 같은 친근한 유머 세례에 한 번 왔던 주부 고객들은 단골이 되기 십상이다. 한 40대 주부는 “처음엔 우연히 들렀는데 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와 활기찬 분위기가 너무 좋아 자주 오고 있다”며 미소 지었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5-03-09 13:32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