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만에 반토막 수두룩, "우량주 위주로 재편성"

코스닥 테마주가 무너진다
2주만에 반토막 수두룩, "우량주 위주로 재편성"

지난 연말 주식 시장 랠리에서 선봉장 역할을 했던 코스닥 테마주들이 쇠락하고 있다. 호재성 뉴스 뻥튀기 발표, 횡령 사건 등 악재가 잇따라 터진 데다, 코스닥 살리기에 나섰던 이헌재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사임함에 따라 정책 수혜 가능성마저 줄어 들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급상승하면서 ‘거품’이 발생했다는 일반적 인식이다. 이로 인해 지난 해 연말부터 살아 났던 코스닥 열기가 수그러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초 코스닥 테마 열풍을 일으켰던 종목들은 크게 줄기세포 관련주, DMB(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 관련 통신 장비주, 창투사 등 정책 수혜 관련주로 나눠 볼 수 있다. 이들 종목은 대부분 실적보다는 기대감에 의해 움직였던 종목들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투기적인 매수세까지 가세해 주가는 연일 고공 행진이었다.

줄기세포 테마주인 엔바이오테크의 경우 지난해 12월 27일 575원에서 지난 달 17일 2,175원까지, 무려 4배 가까이 급등했다. 또 DMB 관련주인 서화정보통신의 경우 지난 11월 9일 935원에서 지난 1월 26일 1만1,350원까지 무려 12배 폭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창투사인 우리기술투자 역시 지난 12월 29일 555원에서 지난 달 17일 1,925원까지 3배 이상 올랐다. 이들 테마주들은 대부분 수배 내지는 수 십배씩 주가가 치솟았다.

선도 테마주들 줄줄이 급락세
테마주들이 급등하자, 이것이 선도 종목이 돼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이것은 더 나아가 주식시장 전체의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 코스닥 지수는 지난해 10월 27일 349에서 2월 17일 519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들 종목들이 수배, 수십 배까지 폭등하자 점차 ‘거품론’이 나오기 시작했고, 오비이락((烏飛梨落)격으로 최근 뻥튀기 호재 발표, 횡령 사건, 이헌재 부총리 사임 등 악재가 겹치면서 주가는 하락 행진을 벌였다.엔바이오테크가 올들어 고점 대비 47% 하락했고, 서화정보통신이 48.2%나 급락하는 등 대부분의 테마주들이 그 동안 상승분의 절반 내지는 70%까지 내 놨다.

코스닥 시장 본부에 따르면 올 들어 주가 상승률 상위 30개 종목들은 최근 2주 사이 평균 35%나 주가가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처럼 코스닥 랠리를 선도했던 테마주들이 줄줄이 급락하자, 전체 코스닥 시장 분위기가 침체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다.

호재 뻥튀기, 횡령, 고평가 논란까지
이들 주가의 급락은 거품이 빠져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해석이 대다수다. 이미 이들 테마주들의 주가가 펀더멘털에 비해 지나치게 급등해 ‘고평가론’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었다. 줄기세포 관련주의 경우만 해도 구체적인 연구 성과가 완성되기도 전에 주가가 선반영해 올랐기 때문에 작은 악재에도 주가가 쉽게 무너지는 취약점을 내재하고 있었다.

줄기세포 테마주 가운데 하나인 에스씨에프가 호재성 뉴스를 뻥튀기 해서 보도했다가 나중에 들통나는 사건이 터지자, 이 같은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에스씨에프는 지난달초 JB줄기세포연구소에 30억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히는 등 호재성 뉴스를 잇따라 내 놓았다. 이 같은 뉴스의 영향으로 주가는 연초 대비 무려 700% 이상 상승하는 폭등세를 나타내고 있었다.

이어 에스씨에프는 3월 4일 지분 30%를 보유한 관계사인 JB줄기세포연구소가 줄기세포를 활용한 시각 장애인 치료법을 조선대와 공동으로 개발해 임상 시험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7일 식약청이 다른 방법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에게 제대혈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를 적용해 보겠다고 신청한 것일 뿐 임상 시험은 아니라고 밝히자 주가는 와르르 무너졌다. 투자자들로부터 ‘허위 공시’를 했다는 비난을 받으면서 주가는 하한가 행진을 벌였다. 줄기세포 테마주로 꼽히는 부광약품도 같은 날 간염 치료제인 `클레부딘`의 국?제품허가 신청을 철회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하한가까지 추락했다.

여기에다 회사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자금 압박을 받던 전영삼 씨엔씨엔터프라이즈 대표가 작년 7월 코스닥 상장협의회 적립금에서 10억원을 인출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사실이 알려지자 코스닥 기업들의 신뢰성 문제까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전 대표는 지난 2002년부터 코스닥 상장법인 협의회 회장을 맡아 왔다.

이헌재가 코스닥 거품 빼기 일조했다?
화(禍)는 한꺼번에 몰려 온다고 했던가. 설상가상으로 3월 7일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사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코스닥 시장은 완전히 침체 분위기로 뒤바뀌었다. 이 부총리는 그 동안 벤처 활성화 대책 등 코스닥 시장에 대한 우호적 정책을 많이 펼쳤기 때문에 이번 랠리의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 부총리는 지난해 11월 벤처기업 최고 경영자 간담회에서 “침체를 겪고 있는 벤처 업계를 되살리려고 보니 장마에 흠뻑 젖은 장작에 불을 지피는 기분인데, 불쏘시개로 될 것이 아니라 석유를 붓는 등의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강력한 벤처 경기 회복 의지를 보였다. 또 이것은 다음달 벤처 활성화 대책 발표로 이어졌다.

이 부총리의 공백은 예상보다 컸다. 미국 뉴욕 국가설명회(IR)가 무기한 연기된 데다 3∼ 4월 중으로 예정됐던 1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 발행도 순연됐다. 외국계 증권사인 골드만삭스나 씨티은행 등은 “이 부총리의 사태가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도 내 놨다. 주가도 크게 출렁였다. 이날 코스닥 시장은 506으로 시작했으나 사임 발표가 나자마자 장중 490까지 밀려나는 등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가 9일 오전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어 코스닥 가격제한폭 확대(12%->15%) 등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의 구체적 방안을 내놓는 등 긴급 처방을 내 놓고 나서야 주가가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었다.

“예정됐던 결과..질적변화의 과정으로 봐야”
뻥튀기 공시, 이헌재 부총리 사퇴 등 여러 악재들이 동시에 터지면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것은 사실이나, 코스닥 테마주들의 거품 해소 과정은 이미 예정됐던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한진 피데스증권 전무는 “이헌재 부총리 사임 등으로 코스닥 테마주가 급락했다고 보지 않는다”며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부총리 사임으로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기술적 조정 과정에서 이러한 사건들이 빌미가 됐을 뿐이라는 평가다. 현 참여정부가 성장과 시장 기능을 강조하고 있어 이 부총리의 사임이 기조적 변화를 가져올 만큼 영향력이 크진 않다는 것이 김 전무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코스닥 테마주들의 거품 해소 과정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를 계기로 코스닥 시장은 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정보부 팀장은 “코스닥 테마주들의 급락은 기본적으로 펀더멘털 없이 오른 데 따른 후유증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줄기세포 관련주 등 이들 테마주들은 대부분 펀더멘털 뒷받침 없이 기대감만으로 상승했기 때문에 거품 해소는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장득수 태광투신운용 자산운용본부장 역시 “코스닥 테마주들은 이번 상승장에서 랠리의 시동을 거는 역할을 했지만, 선도주 역할로서 할 일은 다 한 격”이라며 “실적이 가시화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여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닥 테마주들의 거품 해소과정이 코스닥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기 보다는 주도주의 변경으로 이어질 것이란 진단을 내놓고 있다. 후속 주도주로는 실적이 우량하면서 저평가된 종목들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한진 전무는 “테마주들의 몰락으로 코스닥 시장이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 어렵다”며 “길게 볼 때 우량 종목으로 시장이 재편성되어 가는 과정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기에 상승을 주도했던 투기적 성격의 종목들에서 내재 가치와 성장성을 보유한 종목들로 주도주가 바뀌어가는 질적 변화 과정인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따라 코스닥 우량주 가운데 저평가된 종목들을 발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재훈 팀장도 “앞으로 주가는 펀더멘털에 따른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며,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은 종목들은 버블이 꺼지는 등 질적인 재편성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영화 객원 기자


입력시간 : 2005-03-17 16:24


정영화 객원 기자 hollyjeo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