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대전 시대 수익 극대화로 살아남기 몸부림

은행, 돈만 되면 어디든 투자
금융대전 시대 수익 극대화로 살아남기 몸부림

은행들의 수익 창출 방식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이른바 금융 대전(大戰)의 시대를 맞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한 몸부림이자 수익 극대화 전략이다. 최근 기업 인수합병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진로 인수전에 은행들이 너도나도 참여하는 것은 그 같은 변화의 한 단면이다.

현재 진로 인수에 나선 12개 업체와 컨소시엄 형태로 손을 잡았거나 파트너를 물색 중인 은행은 신한, 산업, 하나, 우리은행 등이다. 먼저 CJ 컨소시엄에 참여 중인 신한은행은 진로의 지분 일부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CJ의 인수 자금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신한 측은 진로 지분 취득을 통해 시세 차익을 얻는 것 외에도 진로의 방대한 유통망을 은행 영업력 확대에 연계시킬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은 3월 중 설립할 사모펀드(PEF)의 첫 번째 투자처로 진로를 선택했다. 산은은 3,4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가운데 2,000억원 정도를 진로 지분 인수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산은의 진로 투자 목적도 신한 측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진로의 기업 가치가 오르면 되팔아서 수익을 얻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책 은행으로서 알짜 토종 기업인 진로가 외국 자본에 넘어가는 것을 막아보자는 취지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어느 컨소시엄에 참여할지 아직 결론을 내리지는 못한 상황이다.

동원 컨소시엄의 하나은행은 지분 참여를 하지는 않고 인수 금융 제공, 금융 자문 등의 공조 방식을 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역시 지분 참여 대신 인수 금융을 제공하는 형식의 투자를 한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혈안
은행들이 이처럼 대거 진로 인수전에 나선 것은 예대 마진 등 전통적인 이자 수익을 벗어나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려는 노력과 무관치 않다. 특히 이번 진로 인수전의 경우는 국내 은행들이 투자은행(Investment BankㆍIB)의 업무 영역을 본격적으로 개척하는 신호탄으로 여겨진다는 지적이다.

IB는 기업 인수합병뿐 아니라 사회간접자본이나 부동산 등 대규모 재원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서 은행이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영업을 일컫는다. 기업 공개나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고객 회사의 자금 조달을 알선하는 경우도 IB 업무 영역에 속한다. 지금까지 국내 IB 시장은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투자 은행들이 거의 독차지하다시피 했는데 뒤늦게 국내 은행들도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민, 신한, 우리 등 주요 시중 은행들은 IB 업무 능력 강화와 함께 이를 통한 수익 증대를 올해 주요 목표로 세워둔 상태다.

수익원 다각화를 위한 은행들의 노력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부자 고객들을 상대로 맞춤식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이빗 뱅킹(PB) 영업 강화, 보험사들과 한바탕 ‘밥그릇 싸움’을 벌이기도 했던 방카슈랑스 판매, 증권ㆍ투신 상품의 적극 도입 등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시중 은행들의 경영 실적에 의하면 예대 마진에 따른 이자 수익보다 비(非)이자 수익의 증가율이 높게 나타나, 은행들의 수익 구조가 변하는 추세를 입증하고 있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5-03-22 19:07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