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일복이 터져야 국운도 상승"직원 90% 이상이 여사원, 여성들의 능력개발과 국민의식 개혁 운동에 앞장

[인터뷰] 화진화장품 강현송 회장
"여성 일복이 터져야 국운도 상승"
직원 90% 이상이 여사원, 여성들의 능력개발과 국민의식 개혁 운동에 앞장


“가정의 복(福)은 아내에게 달렸고, 국가의 복은 여성에 의해 좌우되죠.”

화진화장품 강현송(61) 회장은 복에 관한 자신의 지론을 이렇게 정리했다. 복은 여성의 역할에 의해 좌우되며, 관건은 여성의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요즘 이 같은 철학을 골자로 한 ‘여성 일복 전개 운동’을 벌이면서, 각 기업과 학교ㆍ청소년 관련 시설 등의 강연에 나서느라 바쁘다. 일은 지겨운 노동이 아니라 ‘복’의 근원이라고 정의하고, 그 주체를 여성에게 맞춘 점이 인상적이다.

강 회장이 이 같이 국민 의식 개혁 운동의 일환으로 ‘여성 일복 전개 캠페인’을 벌이게 된 것은 실업자와 신용불량자가 대거 양산되고 있는 현실의 경제 문제와 연관돼 있다는 설명이다. 2004년 10월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청년실업률은 전체 실업률보다 2배 이상 높은 7.3%. 특히 전체 구직 단념자 중 여성 비율이 2002년 39.1%에서 2004년에는 4.6%로 확대되었다. 강 회장은 “외환 위기 때 잠시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던 여성들이 2~3년 후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자 우리 경제는 급기야 카드 대란과 끝없는 침체의 늪이란 ‘매서운 채찍’을 맞게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여성을 일터로 이끌어내야
강 회장은 “여성의 일복이 시대를 만든다”며 “여성의 일복이 넘쳐날 때 국운이 상승했고, 그 반대일 경우 국운도 함께 하강했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는 이 같은 맥락에서 “가사 노동에 묻혀 진가를 발휘하지 못 하는 여성을 사회로, 일터로 이끌어내는 길이 국가의 발전을 도모하는 발판”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에 만연한 가정의 불행도 여성의 노동력 낭비와 관련이 깊다고 단언한다. 언젠가 50대 중년 여성이 남편이 성기능 장애라고 고통을 호소해왔는데 그는 느닷없이 그 부인에게 노동에 몰두할 것을 권유했다. 부인이 일에 빠져 강한 성적 집착에서 벗어나야, 남편이 비로소 정신적 압박감을 벗고 성기능 장애를 이겨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과거 농경 사회에서 다산(多産)과 농삿일 뒷바라지에 시달렸던 여성들이 현대 산업 사회로 넘어오면서 출산과 가사의 짐을 대폭 덜게 되었는데, 이것이 도리어 가정의 화(禍)를 부르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일의 부담이 줄어든 대신, 여성의 관심이 아이들에 대한 과잉 보호와 남편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이어지며 가정 문제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을 즐기자”는 긍정적인 의식의 전환도 강 회장이 강조하는 철학의 핵심 대목이다. 그는 “일이란 돈을 만들 수 있는 복이기도 하고, 자신의 불행을 행운으로 전환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며 “우리 주변에는 일을 고역스러운 생계수단으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진정한 부자는 재산보다는 일 자체를 복으로 알고 즐기는 의식이 남다른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없는 사람들은 일을 ‘죽지 못해’ 하는 지겨운 노동으로, 여유 있는 계층은 ‘먹고 사는 수단’으로 생각하여, 먹고 살 만하면 놀아 버린다”는 것이다. 일에 대한 소극적 태도 때문에 우리나라의 국민 소득이 1만 달러에 머무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온 라인 취업 포털 ‘사람인’의 설문 조사에 의하면, 직장인 두 명 중 한 명(47%)이 “임금이 삭감되더라도 근무 시간을 줄여 여유 시간을 더 갖고 싶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강 회장은 “근무 시간은 적게는 개인의 업무 시간일 뿐이지만, 달리 보면 가족을 부양하는 소득을 만드는 시간이자 가문의 영광을 만드는 시간이며, 나아가 하늘에서 축복을 내리는 시간”이라면서 “이러한 ‘하늘의 시간’을 소홀히 취급하려 한다면, 당연히 복을 못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중졸학력으로 화장품 회사 CEO에 올라
중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이지만, 호떡장사, 닭장사, 오징어잡이, 煥?센베이)장사 등 무려 40여 가지 직업을 두루 섭렵한 끝에 현재 국내 굴지의 화장품 업체 CEO 자리에 오른 강 회장은 “여러 직업을 전전했던 과거 경험을 고생이라 생각했던 적이 결단코 없다”며 “그러한 순간의 ‘시련’이 나를 단련시켜 성공과 행복으로 가는 ‘안내판’의 역할을 했다”고 회고한다.

瞿뮈〉?정점(頂点)이 있다는 시각도 특색있다. 그는 “자신의 최대 역량을 기울여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어떤 한계점이 존재하는데, 이것이 일복의 정점”이라면서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면서 이러한 일복의 정점을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막 군대를 졸업하고 막노동을 하던 때의 이야기다. 당시 체중이 46kg에 불과할 정도로 허약 체질이었던 그는 다른 사람에 비해 3분의 1밖에 일을 해내지 못했다. 그것도 나흘을 일하면 엿새는 앓아 눕고, 또 일주일을 일하면 보름은 몸살이 나서 쉬어야 하는 지경이었다. 그렇게 넉 달이 지나고, 장마로 인해 사흘을 쉬고 일터에 나간 그는 놀라운 변화를 경험했다고 한다. 다른 일꾼보다 무려 5배의 노동량을 거뜬히 수행하는 경지에 이르렀던 것이다.

처음에는 힘이 없어 다른 사람이 한 삽으로 뜨는 흙을 다섯 번에 걸쳐 나눠 담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어느새 일에 익숙해지고 몸이 단련되면서 남들과 얼추 비슷한 양을 뜰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됐고, 능력이 향상된 뒤에도 다른 사람이 한 삽 뜰 때 다섯 삽 뜨는 노력을 꾸준히 지속했다는 것. 바로 기적 같은 성공의 열쇠였다. 이 경험은 그에게 성공으로 가는 일복의 정점을 몸소 체험하게 해 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강 회장은 “성공한 사람과 평범한 사람의 차이점은 일복의 정점에 이른 뒤에도 꾸준히 노력하는가와 그렇지 않은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한번은 대학 교수 50명을 모아놓고 강연을 하면서 질문을 던졌습니다. 학위를 받고 교수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던 순간처럼, 교수직을 따내고도 열심히 연구했는가에 관해서요. 그랬더니 그 자리에 모였던 교수들이 한결같이 멋쩍은 표정을 짓더군요. 만약 이전처럼 똑같이 성실하게 노력했다면 지금쯤 다들 노벨상을 탔을 거라고 실소하더군요. 대성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이렇듯 어느 정도 능력을 갖춘 뒤에는 그만 안주하여 사회적으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기회를 잃는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여성일복운동본부 설립 예정
사회인으로서 여성의 능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화진화장품의 전체 5만여 명 직원 중 90% 이상이 여성. 1980년 회사 건립 이후 25년간 수많은 여직원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여성들의 능력개발에 대해 숙고해 왔다는 강 회장은 “여사원은 남성 직원에 비해 대체로 현실감각이 뛰어나고, 업무에 대해서도 더 성실한 경향이 있다”고 평했다. 또한 평생 직장의 개념이 무너지고 있는 현 시대에 직장에 대한 신의도 여성이 훨씬 두텁다는 생각이다. “남성들은 가정의 생계를 짊어지고 있다는 부담감에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는 반면, 여성들은 의리를 중시하는 면이 크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에는 사단법인 ‘여성 일복 전개 운동 본부’(가칭)를 설립, 여성의 사회 참여 및 경제 활동 기회의 확대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소비자들로부터 받은 기업 사랑에 대한 은혜를, 복으로 다시 돌려 드리겠다”는 적극적인 사회 환원 방법이라고 한다. 강 회장은 “그 동안 사업 현장에서 깨달은 일을 복으로 바꾸는 방법을 사회에 전파하지 못한다면, 소비자들의 큰 은혜를 입은 기업가의 사명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면서 “기업과 대학, 정부 기관 등이 연계하는 운동 본부를 만들어 여성의 실질적인 근로 기회 부여에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소비자들 앞에 몇 푼의 돈을 내어놓는 것보다 일복을 되찾아드리는 게 더 큰 보답이죠.”강 회장의 굳은 신념이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5-03-23 15:30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