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개 상장폐지 확정…정리매매 들어가면 휴지조각, 매매 신중 기해야

'지뢰밭' 4월 증시 퇴출 앞둔 종목 손대면 '깡통'
30여 개 상장폐지 확정…정리매매 들어가면 휴지조각, 매매 신중 기해야

주식투자 초보자인 김성락(가명·38)씨는 얼마 전 주가가 매우 싸 보이는 A종목을 덥썩 사들였다. A종목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가격 메리트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몇 백원 하는 주식이라 마음 먹고 몇 만주 주문했다.

그러나 며칠 지나 A종목 주가가 폭락했다. 알고 보니 이 종목은 상장폐지를 앞두고 있었던 것.

손절매를 해서라도 주식을 팔려고 내놓았으나 처분하기도 쉽지 않다. 곧 정리매매 기간에 돌입하는 데 어떻게 주식을 처분해야 할까 김씨는 고민스럽기만 하다.

최근 김씨와 같이 상장 폐지를 앞두고 있는 종목을 투자해 낭패를 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주식시장이 좋으니 무조건 싼 주식을 사두면 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부실 종목들을 사는 것이다. 이처럼 상장폐지를 앞두고 있는 종목을 사는 것은 지뢰를 밟는 것이나 다름 없다.

올해 들어 주식 시장의 퇴출 요건이 강화되면서 상장폐지 가능성이 높은 종목들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코스닥 시장의 경우 관리종목의 상장폐지 유예기간이 1년에서 6개월로 줄어드는 등 증시 퇴출 요건이 엄격해진 상태다.

4월은 잔인한 달?
12월 결산법인이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시점인 3월말을 기점으로 상장 폐지되는 종목들이 많아 잘못 투자한 사람들에게 이달은 ‘잔인한 달’이 될 수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코스닥 시장에서 총 40개사가 상장폐지 됐는데, 이중 절반이 조금 넘는 21개사가 3월말~4월에 퇴출됐다. 지난 2003년 역시 상장폐지된 27개사 가운데 11개 종목이 3월말~4월에 ‘아웃’됐다. 이들 종목들은 대체로 재무상태가 불량해 감사의견에서 좋지 못한 결과를 받아 증시를 떠났다.

올해 역시 ‘잔인한 4월’은 예외가 아닐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미 30여 곳이 이달에 상장폐지될 것으로 확정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퇴출 규정이 까다로워진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 바람은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에도 약 50~60개 정도의 코스닥 기업이 퇴출될 것으로 증권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박동명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갈수록 퇴출 기준이 까다로워지는 추세여서 이에 해당하는 기업이 있는 지 잘 살펴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30여 곳 퇴출 확정..추가로 늘어날 듯
4일 현재 퇴출이 확정된 곳은 거래소 13개, 코스닥 18개사다. 이들 종목은 대부분 재무상태가 불량해 회계감사 의견에서 ‘의견 거절’ 및 ‘부적정’을 받아 퇴출 판정을 받았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시장에서 센추리, 셰프라인, 베네데스하이텍, 한메NS 등 13곳이 상장폐지될 전망이다. 센추리와 셰프라인, 베네데스하이텍, 맥슨텔레콤은 감사의견 ‘거절’로 인해 퇴출되며, 한메NS는 회사정리절차 개시 신청, 최종부도 발생 등의 이유로 상장폐지된다. 또 지누스와 대아리드선, 모토조이는 자본전액잠식 등으로 ‘아웃’된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창민테크, 업필, 아이엠아이티, 텔슨정보통신, 슈마일렉트론, 성진산업, 엔에스아이, 지니웍스, 맥시스템, 우주통신, 동방라이텍, BET, 후야인포넷, 인츠커뮤니티, 하우리가 감사의견 ‘거절’로 퇴출 요건에 걸렸다. 다만, 이 가운데 BET, 후야인포넷, 인츠커뮤니티, 하우리 등 4개 기업은 재감사가 진행되고 있어 정리매매가 보류된 상태다.

또 한아시스템은 ‘부적정’ 감사의견, 넥스텔은 최종부도, 케이엔티는 자본전액잠식을 사유로 퇴출된다. 에스오케이, 택산아이엔씨, 솔빛미디어는 사업보고서 제출 시한(3월31일)을 넘겨, 오는 11일까지 미제출 할 경우 상장폐지를 면치 못하게 된다.

올해 바뀐 퇴출 규정..곳곳이 지뢰밭
이미 퇴출이 확정된 30여 개 종목 외에도 올해 까다로워진 퇴출 규정으로 인해 상장 폐지되는 기업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거래소 시장은 규정이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코스닥 시장의 경우 신뢰성 향상을 위해 퇴출 규정을 올해 더 강화했기 때문이다.

증권선물거래소 코스닥시장 본부에 따르면 △자본잠식기업 퇴출 유예기간 1년에서 6개월로 단축 △경상손실 자기자본 50% 이상 2년 연속 관리종목, 3년 연속 퇴출 △자본잠식 50% 이상인 관리종목이 반기보고서상 부적정, 의견거절, 범위제한한정 또는 보고서 미제출시 퇴출 △주가조작, 분식회계 등 중대 증권범죄 심사 거쳐 퇴출 △경상손실 및 시가총액 50억원 미만 2년 연속 퇴출 △매출액이 30억원 미만 2년 연속 퇴출 등 퇴출 요건이 매우 까다로워졌다.

‘경상손실 및 시가총액 50억원 미만’으로 퇴출될 가능성이 높은 코스닥 기업은 성진네텍, 아라리온, 엔에스아이, 이즈온, 코웰시스넷, 하이켐텍, KEPS, 인투스테크놀러지, 모리스, 보진재, 엘켐, 와이드텔레콤, 국제정공, 엔터원, 제이스텍, 케이앤컴퍼니, 대륜, 소프트랜드, 대한바이오, 위자드소프트, 무한투자, 제일엔테크, 로패스, 세안아이티, 서울일렉트론, CMS, 클레어링크 등 모두 33개사로 꼽혔다.

그러나 이들 종목 가운데 일부는 시가총액이 100억원을 넘어선 기업들이 포함돼 있어 선별 투자가 요구된다. 엘켐, 국제정공, 대륜, 위자드소프트, 이즈온 등은 시가총액 미달기준을 넘어선 상태여서 퇴출 가능성이 낮아진 상태. 앞으로의 주가 추이가 이들 종목들의 퇴출 향방을 결정지을 전망이다.

또한 몇몇 기업은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 상장을 앞두고 있어 시가총액 미달 기준에서 해소될 전망이다. 상장폐지 위험 종목에 속한 제이스텍은 최근 주당 500원에 8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시가총액이 1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를 통해 퇴출 위험에서 다소 안전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일렉트론, 코웰시스넷 등도 유상증자를 완료해 시가총액이 늘어난 상태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임시방편적이어서 안전하다고 보긴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신동민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부 코스닥 기업들이 최근 유상증자 등을 통해 퇴출 요건을 해소하려고 하고 있지만 이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과거보다 퇴출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종목을 사들이는 것은 다소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 이런 코스닥 종목은 꼭 피하자!
(퇴출 위험 종목)

1. 회계감사 결과가 좋지 못한 종목(부적정, 의견 거절 등)
2. 자본잠식이 50% 이상인 종목
3. 주가가 액면가의 40%에도 못미치는 종목
4. 시가총액이 50억원 미만으로 경상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종목
5. 연 매출액이 30억원 미만인 종목

퇴출이라도 ‘패자부활전’은 있다?
올해 처음 도입되는 퇴출 요건인 '매출액 30억원 미만'도 아킬레스건이다.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이 30억원을 밑돌아 올해 처음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곳은 코리아텐더, 넥서스투자, 신영기술금융, 에스피컨텍, 사이어스, 오토윈테크, 대한바이오, 국제정공, 인투스테크놀러지, 인터리츠, 대륜, 엔터원, 클레어링크, 코웰시스넷 등 모두 14곳이다. 올해까지 2년 연속 이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내년 초 퇴출된다.

'자본잠식요건' 미달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도 사이어스, 국제정공, 오토윈테크, 한림창업투자, 한국창투, 파워넷, 아이필넷, 아이티센네트웍스, 인투스테크놀러지, 아이티, 이노메탈, 아이텍스필, 이지클럽 등 13곳에 달한다. 이들 기업들 역시 상반기 중 해소하지 못할 경우 6개월 후인 오는 10월부터 퇴출된다.

이렇게 퇴출 결정이 내려지면 보유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일단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지면 매매가 중지되며, 거래일수를 기준으로 7일간 정리매매에 들어가게 된다. 정리매매 기간에 돌입하면 투기적 매매로 인해 주가가 들쭉날쭉 하지만 결국엔 휴지조각이 되고 마는 경우가 다반사다. 정리매매 기간에는 매매가의 제한 폭이 없기 때문에 수십 퍼센트(%)씩 폭락도 흔하게 일어난다.

퇴출한 기업이 재상장되는 데는 적어도 3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정리매매 기간에 갖고 있는 주식을 처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견해다.

물론 최근 벤처활성화 방안에 따라 퇴출기업이 제3시장에 진입하기 쉬워진 것은 사실이다. 한국증권업협회는 최근 `장외주식의 호가중개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퇴출기업의 경우 제3시장에서 감사의견과 관계없이 진입할 수 있게끔 했다. 지금까지는 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 부적정, 한정 등의 판정을 받은 기업(퇴출기업 포함)은 제 3시장에 들어올 수 없었다.

이 같은 규정에 따라 일부에서는 제3시장에서 ‘패자부활전’이 있다는 점을 노리고 정리매매기간에 투기적인 매수세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대다수 증시전문가들은 이 같은 매매행태에 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신동민 애널리스트는 “퇴출기업도 회사가 정상화돼 재상장되거나 제3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지만, 자본잠식 등 회계감사 결과 기업내용이 좋지 못한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리스크가 큰 종목들로 인식하면 된다”며 “정리매매기간 때 털어버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영화 기자


입력시간 : 2005-04-13 19:39


정영화 기자 hollyjeong@hanmail.net